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시스
이들은 "게임사 비용으로 캐릭터를 육성하거나, 게임 내 업데이트 정보를 사적으로 활용해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등의 행위를 조사해달라"고 공정위에 요청했다. 이번 슈퍼 계정 민원 사태를 뒷받침할 증거는 아직 없다. 그런데 유저들의 단순한 의심만을 품고 공정위까지 달려간 배경에는, 그동안 수차례 터졌던 각종 게임사들의 관련 사고들이 있었다.
여전히 많은 게임들이 운영자 대신 GM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사진=로한 게시판 캡처
GM 계정 역시 플레이어들과 똑같은 형태를 하고 있기에, 때로는 PK(플레이어 공격)의 대상이 된다. 이에 방해 받지 않고 원활한 모니터링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GM 계정에는 남들보다 훨씬 좋은 방어구를 입힌다. 게임 내 정상적인 플레이를 방해하는 작업장 캐릭터들을 현장에서 없애기 위해 강력한 무기를 들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슈퍼 계정'의 의미는 여기서 시작됐다.
GM 계정 해킹될 때마다 난장판 된 게임 환경
바람의나라 캐릭터들. /사진=넥슨
가장 대표적인 게 넥슨 바람의나라에서 나타났던 '봉천동' 사건이다. 당시 봉천동이라는 GM 계정을 운영하던 직원이,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게임 내 편지 시스템을 통해 '세류'라는 다른 GM에게 넘기던 순간이었다. 이 GM은 실수로 편지를 '세류'가 아닌 '셰류'라는 일반 유저에게 보내며 비극이 시작됐다. '셰류'는 '봉천동' 아이디로 접속한 뒤 GM의 권한을 이용해 고가의 아이템을 여기저기 뿌려댔고, 초보자 이용 사냥터에 초강력 몬스터를 풀어놓았다. 그는 GM 계정과 비밀번호를 전체 채팅으로 공유했고, 해당 서버 인원들이 저마다 GM 계정으로 접속하며 난장판이 됐다. 해당 사태는 형사고소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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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컴퓨터 (24,050원 ▼950 -3.80%) 자회사 고누소프트가 만들었던 MMORPG 가약스는 서비스 종료 직전 유저들의 클라이언트 해킹이 이어지면서 GM 계정들만 쓸 수 있던 스킬이 일반 유저에게 풀렸다. 유저들에게 광역 버프를 주기 위해 GM 계정의 몸집을 부풀리던 스킬인데, 해킹에 성공한 유저들은 이를 '몸집 줄이기'에 사용했다. 결과는 '먼지'라 불리는 캐릭터의 양산으로 이어졌다. 클릭조차 안되는 '먼지'들을 상대로는 PK가 불가능했고, 숨만 쉬던 가약스의 마지막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됐다.
GM 계정 보안에 심혈 기울여도...이어지는 유출 사고
던전앤파이터 슈퍼 계정으로 지목된 캐릭터의 스펙.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4년 전 던전앤파이터에서는 생성 2달 밖에 안된 캐릭터가 '슈퍼 계정'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근거는 증폭(강화)에 성공할 때마다 전체 공지가 돼야 할 타임라인에 해당 캐릭터의 내용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한 유저가 문제를 제기하자 해당 계정은 소속된 길드를 폭파시키고 잠수를 타는 식으로 대응했다. 이후 갑자기 기존에 없던 타임라인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까지 한 BJ에게 실시간으로 목격됐다. 해당 계정은 게임 내 이벤트 정보까지 하루 전 친한 유저들에게 알려주는 등, 내부정보 유출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에 당시 강정호 던파 디렉터가 급히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비단 GM만의 문제는 아니다. 카카오게임즈 (21,100원 ▲200 +0.96%)는 지난해 내부정보 유출 혐의가 확인된 직원을 해고하기도 했다. 카카오게임즈 직원인 이 유저는 길드원 등에게 미공개 업데이트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유한 바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처럼 해고 사실을 공표하지 않더라도, 내부 정보를 유출하다 적발돼 해고되는 사례들이 여러 게임사에서 나온 바 있다"고 전했다.
필요악 'GM 계정'보다 더 큰 문제는 '프로모션 유튜버'
프로모션 유튜버 논란을 줄이기 위해 엔씨소프트의 경우 '앰버서더' 시스템을 도입, 유저들이 유튜버를 후원하도록 했다. /사진=돌미나리TV 캡처
또 다른 관계자는 "공정한 경쟁을 해친다는 측면에선 GM 계정보다 오히려 프로모션 BJ들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들은 게임사로부터 프로모션 비용을 수십억원씩 받아서 유저들과 같은 서버에서 경쟁하는데, 상대적으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프로모션 유튜버들에게 지급되는 비용은 게임사마다 비밀로 하고 있다. 다만 유저들은 이들이 사용하는 게임 내 재화로 볼 때 최소한 매달 수억원씩 되는 게임도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수십명의 프로모션 유튜버가 게임사가 지급한 프로모션 비용을 다시 게임에 써 매출을 올려주면서, 일종의 '자전거래' 효과까지 내는 셈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와 넥슨 등 대형사들이 프로모션 유튜버들을 대거 활용하다가 최근에는 자제하는 분위기"라면서도 "카카오게임즈와 같은 후발주자들이 다시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엔씨와 넥슨 역시 과거 정책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