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물류자동화 시장, 오더피킹 전문업체 트위니 "상장도전"

머니투데이 대전=박수현 기자 2024.03.2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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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트위니의 자율주행로봇을 이용한 '오더 피킹 솔루션'. 로봇이 스스로 물품이 있는 구역으로 이동한 뒤 소리를 내서 직원이 물품을 담도록 한다. 직원이 물품을 담은 뒤 이동을 누르면 로봇은 다음 구역으로 이동한다. /영상제공=트위니트위니의 자율주행로봇을 이용한 '오더 피킹 솔루션'. 로봇이 스스로 물품이 있는 구역으로 이동한 뒤 소리를 내서 직원이 물품을 담도록 한다. 직원이 물품을 담은 뒤 이동을 누르면 로봇은 다음 구역으로 이동한다. /영상제공=트위니
고객 A씨가 주문한 상품은 '과자, 양말, 휴지, 우유'.



이같은 주문이 들어오면 물류센터 직원은 카트를 끌고 출발한다. 각각의 물품 구역에서 주문 상품을 차례로 담아서 검수한 뒤 포장하기 위해서다. 물류센터에서는 서로 다른 구역에 있는 상품을 찾아서 담아오는 '오더 피킹'(Order Picking)에 대부분의 작업시간이 소요된다. 이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물류 업계는 자율주행 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수많은 회사가 '오더 피킹'을 위한 자율주행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인프라에 기반한 자율주행 로봇인 탓에 이미 운영 중인 물류센터에서 기존 구조 변경 없이 도입이 어려웠고 초기 비용 부담 문제도 있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로봇 전문 기업 '트위니'는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어 기존 물류센터에 아무런 인프라 설치 없이도 도입이 가능한 로봇을 개발했다.



트위니는 회사명처럼 일란성 쌍둥이인 천홍석·천영석 대표가 2015년 설립한 기업이다. 두 사람은 나란히 고려대를 졸업하고 각각 카이스트 대학원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있다가 트위니를 창업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넓고 복잡한 환경에서 인프라 없이 완벽하게 자율주행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었다는 천홍석 대표를 지난 13일 대전 트위니 본사에서 만났다.

복잡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뛰어난 '자율주행 기술'
천홍석 트위니 대표가 지난해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물류산업대전 부속행사인 국토교통부X청년물류포럼에 참가,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트위니 천홍석 트위니 대표가 지난해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물류산업대전 부속행사인 국토교통부X청년물류포럼에 참가,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트위니


트위니의 첫 창업 아이템은 '모이고'라는 이름의 프로젝트 관리 앱이었다. 기존 메신저앱의 단점을 보완한 서비스였지만 시장 확대가 쉽지 않았고, 2018년 천홍석 대표의 대학원 전공이던 자율주행로봇 전문 회사로 방향을 틀었다. 천홍석 대표는 트위니가 당시에도 뛰어난 자율주행 기술력을 갖췄지만,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기까지는 더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천홍석 대표는 "세계 어디에도 넓고 복잡한 환경에서 인프라 없이 자율주행 가능한 로봇이 없었다. 그럼 '그런 로봇을 만들어 놓으면 알아서 쓰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어림 없는 소리였다"라며 "그때부터 '내가 뭘 잘못했을까'하고 시장과 경쟁사를 분석하다가 '오더피킹 물류센터' 시장을 찾았다. 전체 물류센터의 97%를 차지하는 기존 센터에서 오더피킹이 가능한 로봇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했다.


이어 "미국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사용하는 자율주행 로봇 '키바' 등 타업체의 로봇은 물류센터에서 전용 랙을 사용하거나 경로에 마크를 해두는 등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라며 "이는 '자기 위치 인식 기술' 때문인데 트위니의 로봇은 자기 위치 인식을 굉장히 잘해서 환경이 변해도, 인프라가 없어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전 세계에서 기존 물류센터에 도입할 수 있는 로봇은 트위니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트위니의 로봇은 고객의 주문을 입력하면 스스로 물품이 있는 구역으로 이동한 뒤 소리를 내서 직원이 물품을 담도록 한다. 물품을 넣은 뒤 '이동' 버튼을 누르면 다음 구역으로 이동해 작업을 반복한다. 천홍석 대표는 "자율주행 로봇을 도입하면 비용은 반절로 줄고 생산성은 두 배로 높아진다"라며 "이미 고객사 물류센터에서 작업을 진행 중이며 주요 물류업체와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했다.

고학력 인재를 대전까지 끌어온 '행복한 기업문화'
2021년 유튜브 채널 '워크맨' 영상에 출연한 천홍석·천영석 트위니 대표가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워크맨 유튜브 채널2021년 유튜브 채널 '워크맨' 영상에 출연한 천홍석·천영석 트위니 대표가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워크맨 유튜브 채널
2021년 트위니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워크맨'의 영상 제목은 '명문대생들이 선택한 중소기업'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160명의 임직원이 근무 중인 트위니는 서울대·포항공대·카이스트(KAIST) 석박사 인력만 30여명에 이를 정도로 고학력 직원이 많은 회사다. 지방 소재 스타트업에서는 보기 어려운 인력 구성이다.

천홍석 대표는 '좋은 직원이 있어야 좋은 회사가 된다'는 모토 아래 인재 확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천홍석 대표는 "저는 할 줄 아는게 별로 없다. 공돌이라 공학만 잘하고 동생도 경영학과 나와서 숫자만 좀 볼줄 안다"라며 "좋은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려면 전문가가 있어야 하는데, 좋은 직원이 있어야 회사가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창업을 했다"고 했다.

직원 채용을 위해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등 대학에서 열리는 채용 박람회에 직접 나가기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카이스트 교내 게시판에 "만나서 커피 한 잔 하자"는 글을 쓰기도 했다. 천홍석 대표는 "직접 만나 커피 사주고, 밥 사줘서 데려온 직원들도 많다"라며 "대기업만큼 월급을 주지는 못하지만 어떻게 하면 만족스러운 환경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공돌이다보니 엔지니어의 심리를 잘 안다. 일단 자유로운 영혼이 많기에 출퇴근 자율은 너무 당연하다"라며 "이외에도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직원이 50~60명이 될 때까지 그냥 형, 오빠, 누나, 언니라고 (부르면서) 지냈다. 지금도 저에게 대표님이라고 부르는 직원도 있지만 형 혹은 OO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한편에는 천홍석 대표가 자주 하는 말을 적어뒀다는 배너가 있었다. '자율주행 기술로 수고를 덜고 여유를 더한다'는 미션부터, ''좋음'을 넘어 '위대함'을 추구한다', '언제나 팀의 목표를 우선한다', '공유는 투명하게, 피드백은 친절하게', '소통은 수평적으로, 의사결정은 조직적으로', '도전 후 남는 것은 '성공' 혹은 '다음 성공을 위한 자산' 뿐이다'는 말이 적혔다.

큰 도약을 준비하는 트위니, 내년 상반기 코스닥 입성 목표
트위니는 미래에셋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내년 상반기 코스닥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체결한 31억원 규모의 계약을 넘어 두 배 이상의 성과를 올린다는 지향점을 세웠다. 공장자동화 시장을 겨냥한 맞춤형 제품까지 라인업에 구축, 물류 시장에서의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도 가졌다.

천홍석 대표는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직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듦으로써 세계 최고의 기업을 만들 것"이라며 "좋은 기술력을 확보한 것도 결국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고 그덕에 시장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 기존 물류센터에 들어갈 수 있는 로봇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없다보니 이제 정말 큰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구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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