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수신경쟁에 PF 충당금까지…저축은행 9년만에 '적자전환'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황예림 기자 2024.03.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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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문제 등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채권자 설명회가 진행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문제 등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채권자 설명회가 진행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부실과 고금리 수신 여파로 저축은행업계가 9년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빚을 안 갚은 대출자가 늘면서 연체율이 6.55%로 치솟았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가장 큰 폭(3.14%포인트)으로 뛴 것이다. 일각에서 대규모 자금이탈(뱅크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금융당국은 높은 자본비율과 손실흡수능력을 감안할 때 과도하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9년 만에 적자전환한 저축은행 업계, 이유는 2가지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 중앙회는 지난해 저축은행들이 총 5559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22일 밝혔다. 2014년 이후 9년만의 적자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인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1조원 내외의 흑자를 냈지만 지난해 흑자 기조가 무너졌다.



저축은행 업계가 6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한 원인은 크게 2가지다. 고금리 수신 경쟁에 따라 전년 대비 이자비용이 2조4000억원 늘어난 게 첫번째 요인이다.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시중 금리가 치솟으면서 저축은행 업계는 자금 확보를 위해 연 5% 이상의 고금리 예금을 경쟁적으로 유치했다. 이 여파로 이듬해인 지난해 이자비용이 전년 대비 1.8배 늘었다. 반면 이자수익은 1조1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 저축은행 수신은 13조1000억원 줄었다. 레고랜드 사태로 확보한 고금리 예금을 만기도래 시점에 재예치 하지 않고 낮은 금리 상품을 판매한 영향이다. 대출영업이 여의치 않아 굳이 고금리로 예금을 유치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전화위복으로 올해 예대마진 약 4000억~5000억원 개선의 발판이 될 전망이다.



고금리 수신경쟁에 PF 충당금까지…저축은행 9년만에 '적자전환'
적자전환의 두 번째 이유는 대규모 대손충당금 부담이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총 3조9000억원으로 전년도 2조6000억원 대비 약 1조3000억원 늘었다. 2020년 1조5000억원 대비로는 3년만에 2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특히 PF 대출 관련 대손충당금은 지난해 4분기(10~12월) 4154억원 쌓았다. 이는 부동산 PF 대출 미래 예상 손실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라는 금융당국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체율 6.55%..저축은행 사태 이후 가장 큰폭 뛰어
저축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말 6.55%로 전년말 3.41% 대비 2배 가까이 뛰었다. 연체율 상승폭은 2012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가장 컸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PF 대출 연체율이 7% 가까이(6.94%) 오른 영향이다. 여기에 자영업자·기업대출 연체율까지 치솟으면서 전반적인 건전성 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7.72%로 전년말 4.08% 대비 3.64%포인트 올랐다.


일각에선 새마을금고 사태처럼 저축은행에서도 뱅크런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지난해 5000억원 적자가 났지만 최근 3~4년간 영업실적이 2조원대 수준이었다. 이를 배당하지 않고 내부 유보를 하고 있어 손실흡수 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4.35%로 전년말 대비 1.20%포인트 상승했다. 자본확충과 위험가중자산 축소로 법정 기준 7~8% 대비 2배 가까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동성 비율은 192.07%로 법정기준 100%을 크게 상회한다.

저축은행 중앙회는 "예상치 못한 대규모 예금인출에 대비해 중앙회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한편 시중은행 등 외부 크레딧라인 활용, 한국은행 유동성 지원 등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유사시 저축은행 중앙회를 통해 개별 저축은행에 유동성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최근 RP(한매조건부채권)를 통한 유동성 공급도 추진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연체율이 많이 올라가긴 했지만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한 2011년보단 절대 높지 않은 수준"이라며 "2011년엔 연체율이 25.1%까지 높아졌으나 지금은 한자릿수이고 저축은행 사태 때와 달리 BIS비율도 법정 기준치를 약 2배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충당금 역시 법정 기준치보다 13.9%p 초과해서 쌓아 손실 흡수 능력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신협·농협·수협·산립조합 등 상호금융업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40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3조1276억원 대비 1조869조원 감소한 규모다. 신용사업(금융)에서 3351억원이 줄었고 경제사업 부문에서 적자 규모가 3조원 이상 확대된 영향이다.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은 2.97%로 전년말 1.52% 대비 1.45%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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