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주저앉힌 화웨이 부활하나...애플·삼성 맹추격 중[차이나는 중국]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4.03.24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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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집권 당시 나쁜 측면이든 좋은 측면이든 많은 일을 한 대통령이다. 미중 관계에서는 무역전쟁이 가장 파급력이 큰 사건이었지만, 화웨이를 주저앉힌 것도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까지 미국 정치권은 화웨이가 미치는 위협을 10년 넘게 경고해왔지만, 화웨이의 거침없는 부상을 막지는 못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달랐다. 2020년 화웨이가 사실상 모든 종류의 반도체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안을 시행해 화웨이의 손발을 완전히 묶어버렸다.



화웨이의 팹리스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대만 TSMC가 위탁생산하고 있었는데, 미국의 제재로 TSMC와의 협력관계까지 중단됐다. 2020년 2분기 세계 스마트폰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삼성전자를 위협하던 화웨이는 그때를 정점으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4년이 지난 지금, 화웨이가 애플과 삼성을 다시 추격하기 시작했다.



화웨이 중국 판매량 64%↑…AP 출하량 50배 넘게 급증
올해 첫 6주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사진=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올해 첫 6주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사진=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올해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뉴스는 화웨이의 화려한 부활이다. 지난 3월 7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첫 6주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이 작년 동기 대비 7% 감소한 가운데, 화웨이 판매량은 64% 급증했다고 밝혔다. 반면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은 24% 급감했으며 오포(-29%), 비보(-15%), 샤오미(-7%) 등 중국 업체도 판매량이 줄었다.

점유율을 보면 화웨이 점유율은 지난해 9%에서 올해 17%로 급증한 반면, 애플 점유율은 19%에서 16%로 줄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화려하게 복귀한 화웨이와의 경쟁이 격화되고 오포, 비포 등의 공격적인 가격 책정으로 인한 압박이 애플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주요 시장인 중국 사업 부진과 전기차 사업 포기 등의 소식으로 주가가 190달러대에서 170달러대로 하락했다.

흔히 중국인의 애국 소비가 애플 판매 부진으로 연결됐다고 얘기하지만, 화웨이 스마트폰이 어느 정도 쓸만한 수준이 돼야 애국 소비도 발생할 수 있다.


2023년 4분기 글로벌 AP시장 출하량/그래픽=이지혜2023년 4분기 글로벌 AP시장 출하량/그래픽=이지혜
2020년 화웨이의 발목을 잡았던 AP에서도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AP시장에서 대만 미디어텍이 1억1700만개를 출하하며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말 미디어텍은 TSMC의 3세대 4나노(㎚·10억분의 1m) 공정에서 생산한 플래그십 AP '디멘시티 9300'를 출시하며 1위 굳히기에 나섰다.

2~5위는 애플(7800만개)과 퀄컴(6900만개), 중국 유니속(2700만개), 삼성전자(1300만개)가 순서대로 차지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출하량 680만개로 6위를 차지한 하이실리콘(HiSilicon)이다.

하이실리콘은 화웨이의 5G 플래그십폰 '메이트60' 시리즈, 폴더블폰 '메이트X5' 및 '노바12' 판매에 힘입어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5121% 폭증했다. AP 출하량이 50배 넘게 늘어난 건데, 미디어텍(21%), 애플(7%) 증가율을 월등히 초과한 수치다. 상기 스마트폰에는 모두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7나노 AP '기린9000S'가 탑재됐다.

화웨이, 삼성 제치고 폴더블폰 1위?
디스플레이 시장조사업체 DSCC는 올해 1분기 폴더블폰 시장에서 화웨이가 처음 삼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가 갤럭시Z 폴드5·플립5에 힘입어 시장을 선도했으나, 화웨이가 '메이트X5'와 지난 2월 출시한 플립형 스마트폰 '포켓 2'에 힘입어 올해 1, 2분기 삼성전자를 제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폴더블  OLED 시장 점유율 추이/사진=DSCC폴더블 OLED 시장 점유율 추이/사진=DSCC
지난해 4분기 화웨이가 폴더블폰 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해 폴더블 패널을 대거 매입하면서 중국 BOE(점유율 42%)는 처음 삼성디스플레이(36%)를 제치고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순위 역전은 일시적 현상일 수 있지만, BOE가 양산체제를 갖추면서 장기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와의 점유율 격차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DSCC는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갤럭시Z 폴드6·플립6을 출시하고 1위 자리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올해는 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폴더블폰 약진이 돋보이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또한 화웨이의 폴더블폰이 폴더블 OLED시장에서 BOE와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쟁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화웨이의 화려한 복귀는 매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14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화웨이의 '2024년 협력 파트너 대회'에서 화웨이 경영진은 "지난해 화웨이 사업이 정상화되면서 매출이 7000억위안을 돌파하며 9% 성장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 지역 매출은 25% 이상 성장하는 등 중국내 스마트폰·전기차 사업이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웨이 매출 추이/그래픽=윤선정화웨이 매출 추이/그래픽=윤선정
화웨이 매출은 2020년 8914억위안(약 165조원)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미국의 전방위적인 제재가 시작되며 2021년 6368억위안(약 118조원)으로 28.6% 급감했다. 2022년에는 6423억위안(약 119조원)으로 소폭 반등했는데, 지난해 9% 넘게 성장하며 7000억위안(약 130조원)대로 올라선 것이다.

지난해 9월 화웨이가 메이트60 시리즈를 예고없이 발표하며 스마트폰 시장 복귀를 선언한 이후 올해 3월초까지 메이트60 시리즈와 메이트X5의 판매량 합계는 1000만대를 돌파했다. 화웨이는 올해 6000만대 판매목표를 세웠으며 이중 25%인 1500만대는 플래그십폰과 폴더블폰이다.

화웨이가 몰고온 변화가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지 돌풍을 불러일으킬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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