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보자" 1.6만 인파에도 사건·사고 '0'…안전한 축제 비결 있었다[르포]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2024.03.2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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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특공대·형사기동대·지구대 경찰 350명 출동…한·미·일 야구팬 "오타니 만화같은 사람" 축제 즐겨

이달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년 MLB(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에 투입된 경찰관들./사진=정세진 기자 이달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년 MLB(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에 투입된 경찰관들./사진=정세진 기자


"꿈에 그리던 김하성 선수가 바로 앞에 있었어요. 경찰이 없었으면 그라운드로 들어갔을 거예요.(웃음)" - A 중학교 소속 야구부 학생

지난 20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미국 프로야구(MLB) 개막전'이 개최된 이날 김하성 선수(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오타니 쇼헤이 선수(LA 다저스) 등 글로벌 스타들의 경기를 '직관'(직접 관람) 하러 온 스포츠팬이 경기장 안팎을 가득 메웠다. 인기 걸그룹 에스파와 전직 메이저리그 김병현씨 등도 자리하며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우려했던 '사건·사고'는 없었다. 지난 17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한국 야구 대표팀 간 경기를 시작으로 이날까지 경기가 이어졌지만 시민들이 불안감을 느낄만한 작은 이슈조차 없었다.

MLB에서 활동했던 야구선수 김병현씨가 이달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전을 보러왔다./사진=정세진 기자 MLB에서 활동했던 야구선수 김병현씨가 이달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전을 보러왔다./사진=정세진 기자


'MLB 서울시리즈' 시작부터 끝까지…경찰서장부터 기동대·특공대 총출동, 안전 또 안전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를 찾아 현장에서 경력을 지휘하고 있는 박재석 서울 구로경찰서장. 신민철 구로서 경비계장이 옆에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를 찾아 현장에서 경력을 지휘하고 있는 박재석 서울 구로경찰서장. 신민철 구로서 경비계장이 옆에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개막전 당일 고척돔에는 서울 구로경찰서 경비과,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 경찰특공대, 기동순찰대를 포함해 주변 지역 지구대 소속 지역경찰 등 경력 350여명이 배치됐다. 관중 1만6000여 명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서다.

경찰은 박재석 구로서장 지휘 아래 고척돔 안팎과 인근 지하철 구일역 일대의 경비를 책임졌다. 고척돔 외부에서 관중석으로 이어지는 34개 통로는 물론 1~4층 복도 곳곳에 경찰관들이 배치돼 상시적으로 순찰을 돌았다. 그라운드가 내려다 보이는 관중석 통로에는 서울청 기동대와 형사기동대 경찰관들이 배치됐다.


박 서장은 특히 테러 방지에 공을 들였다. 허위로 결론났지만 폭탄을 설치했다는 메일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이에 구로서 경비안보과장, 경비계장은 매일 아침 경찰특공대와 K-9(경찰견)과 함께 수색을 벌여 특이사항을 점검했다. 우발 상황에 대비해 경찰 특공대 30여명이 고척돔 앞 광장에 대기했다.

경기 시작 5시간 전, 일찌감치 인파가 몰리면서 긴장감은 고조됐다. MLB측도 전날까진 가벼운 짐 검사 정도만 했는데 이날부턴 금속탐지기를 동원해 가방 속 작은 물품까지 검사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김하성과 오타니 쇼헤이가 등장하자 이곳은 관중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환호가 커질수록 현장 경비를 책임진 구로서 경비안보과장과 경비계장은 양손 든 무전기를 양쪽 귀에 바짝 붙였다. 실시간으로 고척돔 안팎 경찰관들로부터 보고가 들어왔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무전기 속 보고에 신경을 집중했다.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년 MLB 정규시즌 개막전 경비를 위해 배치된 경찰특공대와 K-9(경찰견)/사진=정세진 기자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년 MLB 정규시즌 개막전 경비를 위해 배치된 경찰특공대와 K-9(경찰견)/사진=정세진 기자
안전한 축제…온전히 즐긴 세계 스포츠 팬들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년 MLB 정규시즌 개막전을 찾은 관중들. 나쯔메 오하시씨(21)(왼쪽 위), 김채은씨(오른쪽 위), 로버트 라세무초씨(왼쪽 아래), 이상길씨(38·남)와 딸 이예인양(4). /사진=정세진 기자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년 MLB 정규시즌 개막전을 찾은 관중들. 나쯔메 오하시씨(21)(왼쪽 위), 김채은씨(오른쪽 위), 로버트 라세무초씨(왼쪽 아래), 이상길씨(38·남)와 딸 이예인양(4). /사진=정세진 기자
경찰 경비 속에 축제는 별다른 사고 없이 진행됐다. 세계 각국에서 MLB 개막전을 위해 한국을 찾은 스포츠팬들은 '안전한 축제'를 온전히 즐겼다.

로버트 라세무초씨(37)는 MLB 서울시리즈를 보기 위해 미국 LA에서 왔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LA다져스의 팬이었다"며 "지금은 오타니를 가장 좋아한다. 정말 환상적인 선수"라고 했다.

나쯔메 오하시씨(21)는 일본 오사카에서 오타니 쇼헤이를 보기 위해 아버지와 한국에 왔다. 그는 "오타니가 안타를 치는 것을 보고 너무 흥분했다"며 "정말 만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선수"라고 말했다.

요시다 아키요씨(30)와 코다 사야카씨(30)는 경기를 위해 도쿄에서 이곳을 찾았다. 요시다씨는 "이젠 유부남이지만 친구로서 결혼을 너무 축하한다"며 "멀리서 봤지만 오타니는 너무 멋있고 얼굴이 작다"고 했다.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년 MLB 정규시즌 개막전을 찾은 관중들.주민철씨(위 왼쪽), 박민태씨(위 오른쪽), 요시다 아키요씨(아래 왼쪽), 코다 사야카씨(아래 오른쪽)  /사진=정세진 기자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년 MLB 정규시즌 개막전을 찾은 관중들.주민철씨(위 왼쪽), 박민태씨(위 오른쪽), 요시다 아키요씨(아래 왼쪽), 코다 사야카씨(아래 오른쪽) /사진=정세진 기자
인파 몰릴까…경찰, 선수단 '퇴근'부터 지하철역 인파관리까지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전이 끝나고 샌디에이고 파드라스 선수들이 탄 버스를 지켜보기 위해 모여든 관중들. /사진=정세진 기자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전이 끝나고 샌디에이고 파드라스 선수들이 탄 버스를 지켜보기 위해 모여든 관중들. /사진=정세진 기자
이날 오후 10시쯤 경기 종료 전 상당수 경찰관들이 고척돔 외부에 배치됐다. 양팀 선수단 버스가 나오는 출입구에서부터 고척돔 앞 횡단보도 인근까지 근무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촘촘하게 늘어섰다.

경찰은 또 지하철 구일역 2번 출구 앞에서 쏟아져 나오는 관중들을 2000명씩 통제해 역 안으로 진입하도록 관리했다. 이날 경찰은 경기가 끝나고 1시간 10여분가 지난 밤 11시12분쯤 철수했다.

박재석 구로서장은 "경찰은 관람객 안전사고, 교통정체, 테러상황, 범죄발생 등 모든 상황에 대비해 많은 고민과 준비를 했다"며 "경찰과 관계자분들, 통제에 잘 따라준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우리 경찰은 국민 안전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전이 끝나고 지하철 구일역 2번출구 앞에서 인파를 통제 중이다./사진=정세진 기자 경찰이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전이 끝나고 지하철 구일역 2번출구 앞에서 인파를 통제 중이다./사진=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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