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30% 일본 휩쓴 전염병, '의사 공백' 한국 상륙땐 어쩌나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4.03.2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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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율 30% 일본 휩쓴 전염병, '의사 공백' 한국 상륙땐 어쩌나


우리말로 '사슬알균에 의한 독성쇼크증후군'인 STSS(Streptococcal Toxic Shock Syndrome)는 이름 그대로 '사슬알균'(과거명 '연쇄상구균')이라는 균이 독소를 내뿜으면서 온몸의 세포를 망가뜨리는 질환이다. 사슬알균 중에서도 '그룹A'에 있는 스트렙토코쿠스 파이오진이라는 균이 보유한 독소가 쇼크와 패혈증을 유발하는 질환이 바로 STSS다.

신종 감염병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 증가세가 뚜렷하다. 올 1~2월 일본 내 STSS 감염사례가 378건 보고됐다. 일본 전역 47개 현 가운데 45개 현에서 환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1년간 일본에서 보고된 STSS 사례는 총 941건으로 지난해보다 올해 감염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대해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박윤선 교수는 20일 기자와 통화에서 "일본에서 STSS 확산세가 왜 빠른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19에서 벗어나면서 마스크를 벗고 생활하다 회사·학교 등 밀집한 곳에서 감염자의 침방울(비말)이 튀면서 입안에 상처가 났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STSS는 한 마디로 감기처럼 찾아왔다가 쇼크·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는 병이다. 사슬알균의 주된 감염통로는 △목 △상처 난 피부다. 인두(목젖 부위)와 후두(인두 아래, 성대가 있는 곳)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상처 난 피부에 사슬알균이 침입하면서 피부궤양, 연조직염 등으로 진행된다. 박 교수는 "인후두염을 일으키는 대표적 질환이 감기여서 감기와 오인하기 쉽다"며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이 중요한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사슬알균에 감염되면 보통 감기와 비슷하게 인후두염 증상으로 시작했다가 드물게 패혈성 인두염, 편도선염, 폐렴, 뇌수막염 등을 유발하고 패혈성 쇼크, 다발성 장기부전 및 괴사로 이어지거나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머니투데이에 "원인균이 몸에 들어왔다고 해도 감염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아 코로나19처럼 범유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균이 내뿜은 독소로 인해 피부궤양, 연조직 감염 등이 동반된 경우 수술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현재 상급종합병원에서 입원과 중환자실 당직, 수술실 보조업무를 담당하던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다는 것. 전공의를 대체해 감염내과 교수들이 당직을 더 많이 서는데 한 달째 이어지면서 피로가 극심하게 쌓였다는 게 교수들의 호소다. 박 교수는"당직 한 번에 36시간씩 근무하는데 쪽잠을 자거나 하루에 밥 1끼를 먹는 게 전부"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국내 감염병이 유행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건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감염내과 교수들의 업무량 폭증과 그로 인해 교수들이 '순직'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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