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OLED 쫓는 중국…"이 기술은 카피 못해" 약점은 '플렉시블'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유선일 기자 2024.03.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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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디스플레이 전쟁' 2라운드, 삼성·LG 승자는(下)

편집자주 국내 양대 디스플레이 기업의 2차전이 시작됐다. 대형패널을 만들던 LG디스플레이와 달리 중소형에 집중했던 삼성디스플레이가 '대박'을 냈다. LG디스플레이는 적자를 내 온 LCD를 정리하고 OLED 시장에 전력투구해 역전을 노린다. 다른 길을 걸었던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OLED시장에서 마주친 것이다.

OLED와 '비밀병기' 준비하는 LGD...핵심은 삼성·애플과 '협력'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K-Display 2023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에서 참관객들이 LG디스플레이의 OLED 디스플레이 제품를 관람하고 있다. 2023.8.1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K-Display 2023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에서 참관객들이 LG디스플레이의 OLED 디스플레이 제품를 관람하고 있다. 2023.8.1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7개 분기만에 실적이 플러스(+)로 돌아선 것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효과' 덕분이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중심의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및 강도높은 비용 감축 노력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당장 1분기 실적을 장담하긴 어렵다. 계절적 최대 비수기를 맞아 제품 판매 부진 및 부품 재고 조정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동률이 하락하면 고정비 부담이 늘면서 다시 분기 적자에 빠질 수 있다.



시장은 LG디스플레이 (10,320원 ▲40 +0.39%)가 비수기를 견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태블릿 OLED 신규 출시, TV OLED 패널 수요 확대 등이 이뤄진다면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판매 확대가 필요한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에서 경쟁사의 '형님' 뻘인 삼성전자와 손잡고 '윈-윈'을 노린다. LG디스플레이는 패널을 판매할 큰손 고객 확보가 절실하고, 삼성전자는 제품 라인업 확대를 위해 적기에 패널을 받을 수 있는 신뢰성 있는 공급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OLED TV 라인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TV시장이 침체에 빠졌지만, 프리미엄 TV시장은 OLED TV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 삼성전자는 최근 LG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는 W(화이트)-OLED TV 패널 라인업을 대폭 확대했다. 지난해까진 83인치 W-OLED 패널만 공급받았지만, 올해부턴 42인치, 48인치, 55인치, 65인치, 77인치, 83인치로 넓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퀀텀닷)-OLED 라인에서 TV패널용으로 55인치, 65인치, 77인치 3종만을 생산하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OLED TV 라인업을 확장하고 출하량을 늘리기 위해선 LG디스플레이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LG디스플레이의 W-OLED 출하량은 600만대로 예상되며, 이 중 350~400만대는 LG전자, 70~80만대는 삼성전자로 공급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 대형 OLED TV 팹/그래픽=조수아LG디스플레이 대형 OLED TV 팹/그래픽=조수아
애플이 올해 출시하는 차기 아이패드 신제품에 OLED를 탑재할 것이라는 관측도 실적 회복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김종배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OLED 매출 비중은 60%에 달할 전망"이라며 "본격적인 체질 개선이 확인되는 국면으로 , 향후 OLED로의 전환 속도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기술력 향상에도 주력하고 있다. 올해 초 발표한 신기술 '메타 테크놀로지 2.0'은 기존 대비 화면 밝기를 약 42% 더 개선했다. 메타 테크놀로지 2.0을 적용한 OLED TV 패널의 최대 휘도(화면 밝기)는 현존 OLED TV 패널 중 가장 높은 밝기인 3000니트(nit, 1니트는 촛불 한 개의 밝기)에 달한다.

미래 성장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차량용 디스플레이도 OLED가 빠르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차량용 OLED는 LCD 대비 화질과 시야각이 뛰어나 시인성이 좋고 전력 소모도 적다.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OLED 고객사는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GM, 제네시스 등 10곳에 달한다. LG디스플레이는 구미의 E5 라인에서 차량용 디스플레이 패널을 양산 중인데, 구미에 이어 파주사업장에서도 2025년 이후 차량용 디스플레이 양산을 목표로 투트랙 양산 체제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시장은 초소형 LED 소자가 각각 빛을 내 화소 역할을 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도 주목한다. 최근 애플은 ams오슬람(OSRAM)과의 마이크로LED(발광다이오드) 협력계약을 모두 취소했다. 애플은 마이크로LED를 탑재한 애플워치 신제품을 2026년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취소 사태로 일정 연기와 함께 새로운 공급선을 찾게 됐다. 시장 일각에선 이미 애플워치 패널의 상당수 물량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가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한국 OLED 바짝 따라붙은 중국…통계엔 드러나지 않는 '약점'
한국 OLED 쫓는 중국…"이 기술은 카피 못해" 약점은 '플렉시블'
중국이 글로벌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시장에서 한국의 뒤를 바짝 쫓고 있지만 '약점'도 적지 않다. 중저가에 집중된 제품군,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 수준, 투자 지연 가능성 등이 그 예다. 전문가들은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가 이런 약한 고리를 파고들어 중국과 격차를 확실하게 벌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가 공세'로 글로벌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을 장악한 중국은 최근 수년 사이 OLED 시장에 빠르게 침투했다. 스마트폰·노트북·태블릿PC 등 각종 IT(정보기술) 기기에 OLED 채택이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한 것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의 '디스플레이산업 주요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한국과 중국의 OLED 시장 점유율(AMOLED 금액 기준)은 각각 95.9%와 3.2%로 격차가 90%포인트(p) 이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기준 한국과 중국 점유율은 73.8%, 25.6%로 격차가 50%p 이내로 좁혀졌다.

OLED 생산 능력 격차도 줄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과 중국의 OLED 생산 능력 점유율이 각각 54.9%, 43.7%라고 밝혔다. 5년여 전만 해도 중국의 생산 능력 점유율이 10% 미만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중국이 얼마나 빠르게 생산 능력을 키워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통계'로 드러나지 않는 중국의 약점이 있다. 우선 중국 제품군이 리지드(rigid·딱딱한) OLED 등 중저가형에 집중된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리지드 OLED 대비 플렉시블(flexible·휘어지는) OLED가 수익성이 높지만 기술적 한계로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입지는 약하다.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은 플렉시블 OLED를 포함해 노트북·태블릿PC 등에 쓰이는 IT(정보기술) OLED 등 고부가 제품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신형 태블릿PC '아이패드 프로'에 OLED 패널 전량을 공급하는데 이는 BOE 등 중국 업체 대비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이동욱 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한국의 OLED 기술 수준이 상당히 높아 중국이 쉽게 카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사진=삼성디스플레이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사진=삼성디스플레이
중국 OLED 기업이 투자에 있어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언론 ZAKER 등에 따르면 BOE는 최근 8세대 OLED 생산라인 기공식에 경쟁 관계인 한국과 일본의 장비(증착기) 기업을 초대했다. 통상적으로 기공식은 장비 업체 선정 완료 후 진행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선 BOE가 아직 증착기 업체를 선정하지 못했고, 8세대 OLED 투자도 서두르지 않고 있다는 추측이 나왔다.

중국 매체 차이나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천옌순 BOE 회장이 실적보고회에서 OLED 사업 관련 "지난해 8000만개에 가까운 출하량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큰 손실을 입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과감한 시설 투자와 R&D(연구개발) 역량 강화, 핵심 인재 확보를 기반으로 중국과 기술 격차를 다시 벌려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은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LCD 시장을 장악했다. 한국이 OLED 시장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예산·세제 지원에 나서는 한다는 것이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근 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으로 취임하며 "산업계뿐 아니라 학계, 정부 등 생태계 모든 플레이어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산학연이 힘을 모아 폴더블·롤러블·올레도스(OLEDoS)·레도스(LEDoS)·투명디스플레이 등 신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차세대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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