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의료 플랫폼 구축"…루닛, 볼파라 품고 '플랫폼 기업' 우뚝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2024.03.1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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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 '볼파라 인수' 타임라인. /사진=윤선정 디자인기자루닛 '볼파라 인수' 타임라인. /사진=윤선정 디자인기자


의료 AI(인공지능) 기업 루닛 (56,200원 ▼300 -0.53%)이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의 진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루닛은 오는 5월 뉴질랜드 유방암 진단 기업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이하 '볼파라') 인수를 완료하고 먼저 유방암 질환 플랫폼 구축에 나선다. 루닛은 이번 인수로 1억장 이상의 방대한 유방암 촬영 데이터를 확보, 환자의 진료 접수부터 치료가 끝날 때까지 모든 워크플로(Workflow)를 책임지는 구독형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14일 제약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루닛은 기존 AI 솔루션 기업에서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기를 준비하고 있다. 루닛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질랜드 고등법원으로부터 볼파라 인수 계획안에 대해 1차 승인을 획득했다. 지난 1월31일 뉴질랜드 금융당국의 인수 투자 승인에 이어 법원 승인까지 사실상 모든 법적 절차를 통과한 상태다. 오는 4월12일 주주총회가 끝나면 주총 결과의 타당성 등을 형식적으로 검토하는 법원의 2차 승인 일정이 5월 초로 예정돼 있다.



앞서 루닛은 지난해 12월 볼파라를 1억9307만달러(약 252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는 호주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볼파라 주가를 주당 1.15호주달러로 책정한 것으로, 볼파라 주총에서 매각이 결정되면 루닛은 볼파라 주식 100%를 취득하게 된다. 인수 완료 시점은 오는 5월 중이다.

루닛 실적 추이. /사진=윤선정 디자인기자루닛 실적 추이. /사진=윤선정 디자인기자
루닛의 목표가 현 단계의 AI 솔루션 기업이 아닌 '플랫폼 기업'이란 점에서 이번 인수는 의미가 크다. 루닛이 계획 중인 플랫폼은 환자가 의료기관에 진료를 접수했을 때부터 치료가 끝날 때까지의 전체 워크플로를 아우르는 구독형 AI 자동화 모델이다. 이는 루닛의 AI 솔루션 기술을 활용해 모든 과정을 자동화시키는 형태로, 충성고객이 많은 구독 모델을 통해 병원 대상 B2B(기업 간 거래) 영역에서 장기 고객을 확보하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직까지 국내외 의료 AI 영역에선 이 같은 워크플로를 모두 갖춘 기업 사례가 없어 루닛은 시장 선점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현재 루닛은 플랫폼 구축을 위한 '완전 자동화 AI'(AutoML) 시스템을 개발 중인 루닛은 일차적으로 정확도 100%에 달하는 솔루션을 만들겠단 목표를 세웠다.



루닛은 볼파라의 기술력과 루닛만의 AI 솔루션을 접목해 제품 고도화에 집중하겠단 입장이다. 먼저 유방암 질환부터 플랫폼화를 추진, 학습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질환군을 확장한다. 독보적인 유방암 관련 데이터 수를 보유한 볼파라는 워크플로도 갖추고 있단 평가를 받고 있다. 볼파라가 가진 서양인 여성 유방 촬영 영상 이미지는 1억장에 달한다. 미국 내 2000곳이 넘는 의료기관에 유방암 검진 솔루션을 공급 중인 볼파라는 지난해 전년 대비 34% 증가한 3500만 뉴질랜드달러(약 28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루닛 관계자는 "의사가 신뢰할 수 있는 보조수단이 될 수 있도록 AI 솔루션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인수 시일이 남은 데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조율이 필요한 만큼, 플랫폼 구축은 중장기적 비전으로 보고 있다. 루닛 관계자는 "볼파라가 사용하는 시스템과 루닛의 기술 시스템이 다르다 보니 이를 최적화하고 호환시키는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양사 개발자나 임상 연구 인력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이후 노하우를 쌓고 안정화된 이후에는 루닛이 계획 중인 플랫폼 구축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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