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속수무책…해외건설 '외화벌이' 가서 '떼인 돈' 쌓였다

머니투데이 이용안 기자, 김평화 기자 2024.03.1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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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해외수주 330억달러 시대, 현실이 된 해외건설 리스크②

편집자주 해외 건설 수주액이 4년째 300억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목표는 400억달러다. 건설사들은 국내 부동산시장 침체가 길어지자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정부도 '원팀코리아'로 수주 지원에 나섰다. 반면 해외 사업이 늘어난 만큼 '부실 수주' 위험도 커졌다. '황금향'을 쫓는 건설사들의 해외 사업 현주소를 짚어본다.

연도별 해외 건설 수주 금액 추이/그래픽=이지혜연도별 해외 건설 수주 금액 추이/그래픽=이지혜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 외에도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외국은 각 나라별로 법과 관습, 문화 등이 한국과 달라 변수가 많다. 한국 기업 입장에선 황당할만큼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사례도 많다.

13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333억달러(약 43조7000억원)다. 2020년부터 해외건설 수주액은 4년째 매년 300억달러(약 39조3750억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계속되는 고금리 여파에 올해도 국내 건설시장 회복이 요원할 것으로 보여 건설사들은 해외 수주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정부 역시 2027년까지 해외건설 연간 수주액을 500억달러(약 65조6250억원)까지 높여 세계 4대 건설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푸른 꿈'과 현실에는 차이가 있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 소식이 들려올 때는 모두가 환호하지만, 실제 공사를 진행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을 때도 있다. 해외 발주처가 공사대금 지급을 미루거나, 공사 결과물에 트집을 잡고 지급을 거절하면서다. 국제중재기관이 나서도 해당 국가가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현지에서 소송전을 치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그 나라의 법 적용은 외국 기업에 관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건설현장 미수금이 쌓이고 있다.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2018년 9월 개통된 베트남 '다낭~꽝응아이 고속도로' 건설에 시공사로 참여했지만 아직까지 공사대금 약 200억원을 받지 못했다. 발주처인 베트남 VEC(Vietnam Expressway Corporation)가 완공 후 부실공사 등을 핑계삼아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싱가포르 소재 국제중재기관 ICC(국제상공회의소)는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주 싱가포르 베트남 대사관은 ICC의 중재판정문에 대한 영사인증을 거부했다.



한화 건설부문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과 관련해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한화 건설부문은 2012년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공사와 2015년 사회기반시설 공사를 각각 수주했는데 이라크 측의 자금 부족으로 2022년 10월 공사를 중단했다. 이때까지 쌓인 미수금만 6억2900만달러(약 8250억원)에 달했다.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해 12월 미수금 중 2억3000만달러(약 3000억원)를 받고 공사를 재개했지만, 완전한 공사 재개가 아니다. 기존 계약 중 미진한 부분만 마무리하는 차원이다.

해외 사업 관련 소송이 발생하면 이에 따른 비용도 늘어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소송비용 500억원을 반영했다. 카타르 도하에 짓고 있는 70층 높이 '루사일 플라자 타워' 공사 관련 소송비용이다. 이 영향으로 현대건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445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에서는 일부러 정부가 준공 허가를 늦추는 등 시간을 끌어서 공기를 준수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공사대금을 다 안주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공사 관련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 건설사들의 해외 진출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 사업은 기본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해외 공사 중 현지 정권이 바뀌어 사업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며 "해외 수주엔 다양한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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