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6%대 준다는데…개미들 "관심 없어요" 떠나간 이곳은?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4.03.1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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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6%대 준다는데…개미들 "관심 없어요" 떠나간 이곳은?


'완판! 완판! 완판! 미매각…?'

연초 완판 행렬을 이어가던 회사채 시장에 제동이 걸렸다. 일부 기업들의 수요예측에서 미매각 사례가 나오면서부터다. 투자자들은 시장에 쏟아진 미매각 회사채 물량이 완전히 소화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전날(11일) 푸본현대생명은 후순위채 발행 이자율 범위 상단을 6.8%에서 6.9%로 높여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6~6.8%를 희망했지만 앞 수요예측에서 대부분의 물량이 미매각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7일 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1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수요예측 흥행 시 최대 1000억원까지 증액하는 방안도 고려됐지만 이젠 남은 물량이 잘 팔리기만을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오는 15일까지 청약이 진행되는데 최종 미매각 물량은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모두 떠앉게 된다.

푸본현대생명의 신용등급은 현재 스플릿(신용평가사간 등급 불일치) 상태다. 한국기업평가는 푸본현대생명의 신용등급을 A0(안정적)으로 부여한 반면 나이스신용평가는 A+(부정적)으로 부여했다.



흥행 부진의 원인으로 불안정한 킥스(K-ICS·신지급여력) 비율과 취약한 사업구조가 꼽힌다. 지난해 9월말 푸본현대생명의 킥스 비율은 금융당국의 경과조치가 적용되기 전 5%를 기록했다. 경과조치 적용 시 164%까지 오르지만 시장에선 이전 비율이 너무 낮다는 걸 우려했다. 모기업인 대만 푸본생명으로부터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3925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수혈받았으나 킥스 비율이 개선되진 못했다.

보험사의 수익성 지표인 CSM(보험계약마진)도 경쟁사 대비 미약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푸본현대생명의 CSM은 1747억원 수준이다. CSM이 5000억원을 넘기지 못하는 생명보험사는 푸본현대생명을 포함해 IBK연금보험, 하나생명, 교보라이프플래닛, BNP파리바카디프, 처브라이프 등 6곳 뿐이다.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롯데손해보험 (3,465원 ▼60 -1.70%)(A-)도 비슷한 시기에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8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수요예측에서 480억원의 자금을 받는 데 그쳤지만 나머지 물량은 시장에 풀린 뒤 완전히 소화됐다.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 이자율은 6.8%다.


연초 기관 투자자의 회사채 수요가 높아지며 '완판' 행렬을 이어간 것과 대조된다. 많게는 목표액의 12배 이상의 자금이 쏠린 곳도 있는 반면 여천NCC, 대신에프앤아이, HL D&I (2,015원 ▲24 +1.21%) 등 미매각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IB업계는 당장 이번주까지 진행되는 푸본현대생명의 미매각 물량이 팔릴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선 수요예측에서의 미매각이 전체 회사채 시장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투자자들은 개별 보험사에 대한 저마다의 투자판단을 통해 자금을 집행한다"며 "때문에 푸본현대생명의 특수한 상황이 자본성증권 발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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