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 고객만 지원금? 장기고객은 '호갱'인가"

머니투데이 배한님 기자 2024.03.0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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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지원금 50만원 지급에 의견 분분…기변·신규 고객 차별 지적

 서울의 한 핸드폰 판매점. /사진=뉴스1 서울의 한 핸드폰 판매점. /사진=뉴스1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 따라 통신사를 옮기면 최대 50만원의 지원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됐지만, 통신사 장기 고객을 차별하게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통신사 경쟁을 고객 '유지'가 아닌 고객 '뺏기'에만 집중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에관한법률(단통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의결했다. 단통법은 가입 유형에 따라 가입자를 차별할 수 없도록 명시했는데, 시행령에 예외 조항을 신설하고 고시를 제정해 통신사를 변경하는 고객에게 최대 50만원의 위약금·심(SIM)카드 발급 비용 등 전환지원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게 했다. 공시지원금이나 유통망에서 제공하는 추가 지원금과 별도다. 전환지원금 제도는 오는 1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단통법 시행 이후 사라진 이통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간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번호이동 보조금을 더 많이 주는 곳으로 소비자들이 몰리면 가입자 유치를 위해 통신사 간 경쟁이 붙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번호이동 고객에만 전환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장기고객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통상 서비스 기업은 단골이나 장기 이용자에게 혜택을 주기 마련인데 통신 서비스는 신규 고객에게만 혜택이 쏠려있다는 것. 이들은 정부가 통신사 경쟁을 망 품질이나 부가서비스 등이 아닌 마케팅·지원금 싸움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고 지적한다.



이통3사 장기고객 혜택은 대부분 데이터 추가 제공과 멤버십 할인 등에 집중됐다. 요금 할인 혜택은 거의 없다. SK텔레콤은 가입 5년 이상 고객에게 매달 가입 연수 당 1GB의 데이터를 추가 제공 및 각종 공연·스포츠 경기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한다. KT는 2년 이상 고객에게 매년 데이터 쿠폰 또는 밀리의서제 1개월권 등 각종 쿠폰을 4~6장 지급한다. LG유플러스는 2년 이상 고객에게 데이터 2GB 쿠폰과 V컬러링 1개월 무료 쿠폰을 4장, 5년 이상 고객에게는 6장 제공한다.

통신사들이 장기 고객 혜택보다 신규 고객 혜택에 집중하는 이유는 APRU(1인당 평균 수익) 때문이다. 대부분 장기 고객이 IPTV(인터넷TV)나 유선인터넷 등 '결합상품'으로 묶여있는데, 이런 고객은 이종(異種) 서비스 할인을 받고 ARPU가 낮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업계는 신규 고객에 지원금 등을 받으라며 비싼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업 세일링(Up-Selling) 전략으로 ARPU를 높여 성장해 왔다"면서 "ARPU가 낮은 장기 고객을 우대할 요인이 통신사에겐 적다"고 설명했다.

15년 넘게 한 통신사를 이용해온 사용자 A씨는 "통신 품질이 나쁘지도 않고 휴대폰도 아직 멀쩡한 데다 인터넷 결합 상품을 쓰고 있어 지금까지는 통신사를 바꿀 생각이 없었다"면서도 "장기 고객이라고 해도 데이터 쿠폰 외에는 할인도 없고 멤버십 혜택도 줄고 있는 데다 전환지원금이 생기는 걸 보니 여태 왜 한 곳만 써줬나 싶다"고 토로했다.


시민단체들은 단통법 폐지 과정에서 이같은 차별을 막을 '보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전날 '전환지원금 50만원으로 이용자 갈라치기 하는 방통위 단통법 고시'라는 논평을 내고 "추가적인 전환지원금 지급으로 번호이동에 대한 의지가 없던 이용자까지 불필요한 단말기 구매를 유도하게 되면 결국 보조금 중심의 번호이동 시장이 과열된다"며 "이는 잦은 단말기 교체와 보급에 따른 가계 통신비 증가와 자원 낭비 등 이전에 생각지 못했던 부작용과 함께 단통법이 추구하는 가입유형 간 차별금지를 오히려 대폭 확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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