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오너가 분쟁, 13일 이후 결론…"위상 추락 우려"vs"재도약 계기될 것"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2024.03.06 19:23
글자크기
한미약품 본사 전경/사진제공=한미약품한미약품 본사 전경/사진제공=한미약품


고(故) 임성기 한미그룹 명예회장의 장·차남인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한미사이언스 (33,650원 ▼250 -0.74%)OCI홀딩스 (96,100원 ▲1,300 +1.37%)의 통합을 저지하기 위해 신청한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의 두 번째 심문에서도 오너가의 대립이 이어졌다. 첫 번째 심문기일은 지난달 21일 진행됐다.

이날 오후 수원지방법원 제31민사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사건의 추가 심문이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심문은 이날로 종결됐고 최종 선고는 13일 이후로 주주총회인 28일 전이다.



임 형제가 청구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은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제3자배정 유증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 통합 계약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미약품그룹은 OCI그룹과의 지주사 통합 과정에서 OCI홀딩스에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를 넘기기로 했는데 이 중 8.4%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신주발행)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계약이 마무리되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의 최대 주주에 오르게 되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한다.



추가 심문에선 양측의 입장차를 다시 확인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결정 과정이 적법했는지, OCI홀딩스 외 다른 자금조달 방법은 없었는지, 과거 경영권 분쟁이 있었는지 등을 두고 각자의 입장을 제시했다.

임종윤 사장 측은 "OCI그룹과 합병하게 된다면 한미사이언스는 OCI그룹의 중간 지주회사로 위상이 추락하게 되고 주가가 반토막 날 우려가 높다"며 "게다가 이번 계약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4명의 결의만으로 통과됐다. 일반 주주의 권익도 무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영상 자금수혈이 어떤 사업을 위해 필요했는지 명확히 밝혀진 바도 없다"며 "재판부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금번 합병과 신주발행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한미약품그룹 10만 주주분들의 억울함을 해소해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OCI홀딩스 외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솔브레인 등 회사와 협력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OCI그룹과의 통합은 기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통해 적법한 절차를 통해 이뤄졌고 신주발행은 재무구조 개선과 연구개발 재원확보 등 경영상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특히 과거 경영권 분쟁 상황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임종윤 사장은 2020년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을 한미사이언스의 사내이사로 선임되도록 했다. 2022년에는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고 2023년 정기주총에선 송영숙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설명이다.

한미그룹 측은 "OCI그룹과의 전략적 제휴는 단기자금 수요와 재무구조 개선, 연구개발 기반 구축 등 한미약품그룹의 재도약을 위한 것"이라며 "기업가치의 제고도 전체 주주의 이익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미약품그룹 오너의 법적 분쟁과는 별개로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는 통합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OCI홀딩스는 이달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을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한다고 이날 공시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