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법인의 가상자산거래소 계좌금지, 원점에서 생각할 때

머니투데이 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2024.03.0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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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후 가상자산거래소의 법인 고객계좌 개설이 점차 제한되다가 완전 금지됐다. 원화 거래용 은행실명확인계좌는 물론, 가상자산(토큰)간 교환거래용 계좌조차 열 수 없다. 법령상 금지는 아니지만 당국의 금지 정책에 은행의 입장이 더해지면서 '그림자 규제'가 시행 중이다.

해외에서는 올해 1월10일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가 출시되면서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이 첫 발을 뗐다. 시장에서는 가상자산가격이 급증하면서 관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상자산 관련 이해관계가 커지는 상황에서 법인 고객계좌 개설을 전면 금지한 국내 규제를 원점에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기업활동의 자유는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관련 규제가 기업활동의 자유를 훼손할 우려를 살펴봐야 한다. 메인넷과 탈중앙화 앱 개발, 가상자산공개(ICO), 채굴, 투자, 그리고 이런 활동을 통해 이익을 얻는 주체는 거의 기업이다. 위법이 없는 범위에서 기업이 주식이나 금 거래소를 이용하는 것을 금지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가상자산 거래소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

미국에서는 그레이 스케일 등 자산운용사들이 투자자를 위한 가상자산펀드를 운용하는데 한국에서는 법인이 이런 사업을 아예 못한다는 것은 다시 살펴볼 문제다.



둘째로 살펴볼 부분은 국가간 경쟁 가능성이다.

토큰은 기존 자산과 달리 특정 국가나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인터넷만 연결되면 세계 어디에서나 접근과 송금이 가능하다. 태생적으로 '글로벌'하고 그 가치와 뉴스에 대해 전세계인이 동시에 반응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이자 비트코인 ETF를 내놓은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비트코인이 개별 국가를 초월해 광범위하게 형성된 글로벌 원장을 가진 자산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국가별 규제는 천차만별이다. 중국은 거래소를 불허하고 한국은 가상자산펀드를 불허한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런 규제가 시행되는 국가에서도 사람들은 해외 거래소 등을 통해 어떻게든 가상자산을 매매할 대안을 찾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ETF에 한달 동안 수십조원이 몰린 것을 보면 어느 국가의 금지 규제든 지속적인 실효성을 갖기 어려워 보인다. 특정 국가와 경제체제를 넘어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의 효용과 가치를 공유하고 확대할 사람들은 전세계에서 끊임없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눈치 빠른 국가들은 이미 새 자산과 사업의 위험을 관리하면서 혁신산업으로 키울 법과 규제를 정립하려 한다. 이 와중에 한국의 기업들이 가상자산거래조차 못한다면 신사업 기회를 박탈당하는 셈이다.

가상자산 규제가 얼마나 명확한지와 혁신을 존중하는지도 따져볼 부분이다. 어떤 행위에 대한 제한이든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비용이 따른다.

이 점에서 법인의 가산자산거래소 계좌 금지는 법적 근거와 규제당국의 공식적인 이유 표명이 없어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에 진출하려는 외국회사 입장에서는 이런 규제를 이해하기 더 어렵다.

전세계적으로 개인과 국가의 부에서 가상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투자자 보호에만 치중하는 정책은 장기적인 부의 감소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가상자산은 실질적인 재산의 토큰화로 연결돼 자산과 거래방식을 혁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 정당이 법인고객 허용을 총선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을 두 손 들고 환영한다. 공약이 실행되고 개인과 기업이 새로운 부의 형성 기회에서 배제되지 않을 정책의 균형잡기가 절실한 시점이다.

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사진제공=법무법인 태평양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사진제공=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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