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없는 밸류업 실망"…금융주 팔고 강남아파트 '줍줍'한 국민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24.03.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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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금융주 디스카운트, 해결책은①금융보다 부동산 투자하는 나라

편집자주 금융주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 주식이다. 은행들이 사상최대 이익을 거뒀지만 자본시장에서 금융지주는 대접을 못 받았다. 이자장사에 치우친 포트폴리오로는 배당 확대의 한계가 뚜렷하다. 새 회계제도 덕분에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보험권에선 배당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주환원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 금융을 공공재로 보는 당국의 이중적 시선도 문제다. 디스카운트된 금융주 해결책을 찾아봤다.

"한방 없는 밸류업 실망"…금융주 팔고 강남아파트 '줍줍'한 국민들


"한방 없는 밸류업 실망"…금융주 팔고 강남아파트 '줍줍'한 국민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겠다며 기업 밸류업 정책을 발표한 지난달 26일 전국민의 관심은 '디퍼아'(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줍줍 청약(무순위 청약)에 쏠렸다. 당첨만 되면 시세차익 최대 20억원을 기대할 수 있다. 100만명 넘는 국민이 청약에 나섰다. 반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1% 가까이 하락했고 특히 시가총액 상위권인 금융주는 줄줄이 급락했다. 밸류업 정책의 대표 수혜주인 금융주보다는 부동산에 관한 열망이 고스란히 드러난 하루였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기업 밸류업 정책을 발표한 지난달 26일 코스피 시장에서 KB금융 (79,300원 ▲2,700 +3.52%)지주 주가는 5.02% 하락했다. 하나금융지주 (62,100원 ▲2,600 +4.37%)도 5.94% 떨어졌다. 신한지주 (47,750원 ▲1,250 +2.69%)우리금융지주 (14,530원 ▲190 +1.32%) 주가도 각각 4.50%, 1.95% 밀렸다. 금융주는 대표적인 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기업) 종목이다. 정부가 한국 주식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하면서 금융주 주가가 일시적으로 탄력을 받았으나 발표 당일 실망매물이 쏟아졌다. '알맹이 없는' 정책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같은 날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아파트 줍줍 청약이 있었다. 4년 전 분양가로 공급돼 당첨만 되면 최대 20억원의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 단 3채 청약에 무려 101만3451명이 몰렸다. 금융 중심지로 꼽히는 서울 여의도 '금융맨'들에게도 이날 최대 화제는 '밸류업'이 아니라 '줍줍' 청약이었다.

금융 투자를 통한 자산형성에 적극 나서는 동시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을 위한 밸류업 정책에도 힘을 실었지만 국민들의 관심은 정반대로 표출된 셈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과거 30년 기준으로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금융상품과 주식을 포함한 금융 투자 수익률이 부동산 수익률을 뛰어 넘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 반대"라며 "특히 금융주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PBR, 배당성향으로 국내 투자자들에게 외면을 받아 온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방 없는 밸류업 실망"…금융주 팔고 강남아파트 '줍줍'한 국민들
최근 금융권의 최대 이슈인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경우 총 판매규모가 19조원, 투자자는 40만명에 달한다. 금융투자 상품을 통해 자산을 증식하려는 투자 수요가 작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옵션매도에 기반한 ELS는 국민 생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지만 은행주에 투자하면 실물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외국인 지분율도 낮출 수 있다"며 "ELS가 아닌 금융주에 투자할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주가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고 안정적인 배당주로 자리잡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자를 만난 자리에서 당국의 정책 변수, 대출의 급격한 확장에 따른 위험가중자산 확대 등을 금융주 '디스카운트' 요인 중 하나로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배당 시즌이 지나면 추가적인 이득을 얻기 힘든데 우리도 1년에 한번 배당보다는 다양한 분기 배당이나 기준 배당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금융기업이 배당의 자율화, 주주 환원 정책이나 수단의 다양화를 할수 있게 방향성을 갖고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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