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생물과학과 연구팀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이 발달·지적장애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ZFX'를 제브라피쉬 동물 모델을 통해 규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연구재단은 충남대, 미국 하버드대 등 9개국 45개 기관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이 뇌신경계 발달에 필요한 여러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ZFX 유전자'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김철희 충남대 생물과학과 교수가 국내 연구팀을 이끌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 인간유전학 저널'에 지난 7일 게재됐다.
충남대, 하버드대 의대 등을 포함한 9개국 45개 기관 국제공동연구팀은 환자 유전체 빅데이터를 공동으로 활용해 원인 유전자 후보인 ZFX를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동물 모델에 적용해 ZFX 유전자 결핍이 자폐증, ADHD등과 같은 행동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밝혔다.
수족관 사이에 얇은 유리 칸막이를 세우고 정상군 3마리와 ZFX 유전자를 제거한 실험군 1마리의 행동을 비교했다. ZFX 유전자가 제거돼 지적장애(자폐증) 증상을 보인 제브라피쉬는 동료 물고기의 존재를 거의 인지하지 않은 채 훨씬 복잡한 움직임을 보였다. /사진=한국연구재단
먼저 수조에 투명한 유리 칸막이를 세우고 한쪽 공간엔 정상군 3마리를, 다른 한쪽 공간엔 ZFX 유전자를 제거한 시험군 1마리를 넣었다. 사회성이 발달한 제브라피쉬는 원래대로라면 유리 칸막이 너머로 보이는 동료 물고기와 붙어있으려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ZFX 유전자가 결핍된 제브라피쉬는 다른 물고기의 존재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조 이곳저곳을 헤엄쳤다. 두 집단의 궤적을 분석한 결과 ZFX 유전자가 제거된 제브라피쉬의 동선 궤적이 훨씬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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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를 '불안장애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ZFX 유전자 결핍과 동시에 제브라피쉬의 사회적 불안감도 감소했다. 김 교수는 "사회 생활에 있어 '불안'은 나 외의 다른 개체를 의식하는 데서 오는 적당한 긴장감"이라며 "ZFX 유전자가 결핍되자 타 개체를 의식하는 불안이 사라졌고, 이같은 행동은 흔히 자폐증 환자에게서 많이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충남대 연구팀은 제브라피쉬 동물 모델에서 ZFX 유전자의 메커니즘을 분자 단위로 규명하는 연구를 맡았다. 유전자가위 기술로 제브라피쉬의 ZFX 유전자를 제거하고 이에 따른 행동을 분석하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관련 환자의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로, 중장기적으로는 치료법 개발을 위한 원천기술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