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달성률 1%…'바람 타고 온' 수십조 투자 '유턴'하나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김훈남 기자 2024.02.2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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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그린비즈니스 '쩐의 전쟁': 해상풍력 ①불확실한 인허가에 발 묶인 외인투자

편집자주 2030년까지 전세계에서 7배 급성장이 예상되는 해상풍력 시장. 중국이 최근 3년새 전세계 공급망을 장악하며 유럽을 추월했고, 대만·베트남·일본·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해상풍력 시장 진출에 나섰지만 한국은 제도 부족 등으로 수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유럽의 대형 개발사들은 한국의 공급망·전력수요를 근거로 한국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지만 정책 방향 불확실 등으로 투자가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 해상풍력 시장 형성이 늦춰지는 데 따른 기회비용을 짚어본다.

전세계 해상풍력 시장이 고금리·인플레이션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국은 인허가 불확실성으로 인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해상풍력 거점이 될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대기업의 청정에너지 수요를 본 외국인들의 한국 해상풍력 사업 투자 신고는 몇년 새 급증했지만, 정책과 제도 미비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진단이다.

목표달성률 1%…'바람 타고 온' 수십조 투자 '유턴'하나


6년 후 해상풍력 목표 14.3GW…현재는 0.15GW 뿐
26일 산업통상자원부 및 한국풍력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상업 운전 중인 해상풍력 발전용량은 약 150㎿(메가와트)로, 정부가 2030년 해상풍력 목표 발전량으로 공표한 목표치의 1%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 2022년 말 연 전력정책심의회에서 재생에너지 보급계획의 일환으로 2030년 해상풍력 보급 목표를 14.3GW(기가와트)로 제시했다. 정부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목표치로 내놓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2030년 21.6%, 2036년 30.6%) 달성의 핵심 수단 중 하나다.



지금까지의 해상풍력 사업 진행 속도를 보면 정부의 2030년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해상풍력 발전을 위한 입지 선정부터 시공단계를 거쳐 전력을 생산하는 데까지 10년 이상이 걸리는데, 대부분의 사업이 가장 첫 단계인 단지 개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터빈·하부구조물·해저케이블 등을 구매·설치하는 데 약 4년이 걸리는 걸 감안하면 2~3년 내 약 13GW의 사업이 인허가를 완료해야 한다. 그러나 산업부에서 인허가 첫 관문인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70여개, 총 발전용량 20GW 이상의 사업 중 2년 여 내 인허가를 끝낼 가능성이 있는 사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현재 해상풍력 사업자들은 산업부·해양수산부·환경부·국방부 등 최대 10개 부처에서 집행하는 29가지 법률에 관한 인허가를 각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 인허가 관문을 넘기 위한 주민수용성도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어민들과 접촉해 확보해야 한다.

이런 인허가 환경은 사업 일정의 불확실성을 높인다. 주민수용성도 영향을 받는 주민이 누구인 지에 대한 규정과 확보 절차가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실제 이해당사자가 아닌 이들이 권한을 주장하는 사례도 있다. 지욱철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지난해 11월 '해상풍력 제도 마련을 위한 2023 긴급 세미나'에서 "실질적 어민이 반대하는 게 아니라 어업도 하지 않는 보상대책위원장이 갈등을 부추기는 사례도 있다"며 "실제 이해당사자가 목소리를 내고 입지를 선정하는 데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지자체와 행정부가 인허가 단계에서 '100% 주민수용성 확보'를 요구하거나, 지자체별로 다른 기준을 대 인허가를 불허하는 경우도 있다.



목표달성률 1%…'바람 타고 온' 수십조 투자 '유턴'하나
1GW당 6조원 사업비…수십조원 규모 외국인 투자 대기 중이나 장벽 막혀
이런 리드타임(개발에서 서비스 제공까지의 시간) 불확실성이 줄어들지 않으면, 최근 몇년간 해상풍력 사업에 각각 수조원의 투자의향서를 신고한 외국계 개발기업들의 FDI(최종투자결정)가 불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총 6GW 이상의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에 덴마크 COP(코펜하겐오프쇼어파트너스), 노르웨이 에퀴노르, 영국 코리오, 프랑스 토탈, 오션윈즈(포르투갈 EDF와 프랑스 엔지 합작사) 등이 개별 또는 합작사 형태로 진출했다. 인천에서는 덴마크 오스테드가 1.6GW 규모의 사업을, 캐나다 노스랜드파워는 서해안 등에서 1.8GW 규모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 사업비가 1GW 당 약 5~6조원임을 감안하면 최소 수십조 돈이 한국 안에 환류되는 사업이다.

해상풍력 개발 경험이 풍부한 외국계 개발사의 진출은 한국 시장 초기단계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한국풍력산업협회는 지난해 발간한 '국내 해상풍력 공급망 세부분류'에서 "(단지 개발 단계는) 전문 업무 영역이 많아 외국계 대형풍력 단지개발사 외에는 수행이 어렵다"고 했다. 업력이 없는 해상풍력 사업에서 수조원대 사업비를 충당·조달할 수 있는 국내 기업도 현재로서는 찾기 어렵다.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철수하면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달성 지연이 불가피하다.

이런 제도 미비를 개선할 해상풍력특별법은 소관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로 21대 국회에서 통과가 불투명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인허가 지연에는 정성 지표로만 돼 있는 환경영향평가, 사업 허가를 내주는 데 대한 지자체의 이익환원 요구, 전력망 제약 등 여러 요인이 복합돼 있다"며 "부처간 의견이 수렴된 해상풍력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에 힘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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