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새벽 박수진 순경이 서울 금천구 독산파출소에서 근무하는 모습/사진=본인 제공
지난달 19일 오후 6시쯤 서울 금천경찰서에 112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인 택시기사는 뒷좌석에 탄 여자 승객이 어딘가 수상하다고 했다. 승객 A씨는 서울 종로구에서 큰 가방을 메고 택시에 탔다. 처음엔 경기도 고양시 쪽으로 이동해달라고 하더니 갑자기 경기도 시흥으로 가달라고 말을 바꿨다. A씨는 불안한 눈빛으로 휴대폰만 꽉 쥐고 있었다. 휴대폰에는 텔레그램 문자 알림이 계속 울렸다.
택시기사는 순간 쎄한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보이스피싱 전달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혹시 돈 전달하고 그런 거 아니냐" "보이스피싱 같은데 아니냐" 묻자 승객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A씨는 "저도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의심이 점점 확신이 되자 택시기사는 승객을 설득해 112에 전화를 걸었다.
박 순경이 운전하는 동안 옆에 있던 부팀장은 주변 차량에 양해를 구했다. 20분 넘게 걸리는 거리를 이날은 단 10분 만에 도착했다. 박 순경은 혹시나 A씨가 도주할까봐 택시 옆에 순찰차를 바짝 붙여 세웠다.
박 순경이 전달책을 검거한 장소는 교차로로 퇴근시간에 무척 혼잡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네이버지도
A씨는 자신은 시키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고액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를 보고 시작했고 종로구에서 돈을 받고 이동하라는 지시만 따랐다고 했다. 박 순경이 A씨와 대화를 하던 중에도 휴대폰에는 실시간 위치를 보고하라는 알림이 계속 울렸다. 박 순경은 채팅 내용과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A씨가 보이스피싱 현금 전달책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전기통신 금융사기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피해자는 총 2명으로 피해 금액만 2090만원 정도다. A씨는 20대 사회 초년생으로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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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생 시절 박수진 순경의 모습/사진=본인제공
이번 사건의 경우 관내를 벗어난 사건이었지만 박 순경은 끝까지 피싱범을 쫓았다. 그는 평소 사건의 실체를 알아내는 일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경찰을 꿈꿨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작은 단서를 모아서 진실을 찾아내는 걸 좋아한다"며 "앞으로 형사, 수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며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