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공위성 제작 기업 쎄트렉아이 연구팀이 육각형 모양의 인공위성 스페이스아이-티(SpaceEye-T) 본체를 둘러싸고 논의하고 있다. 사진=쎄트렉아이
약 32년이 지나 민간이 우주산업을 이끄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별 1호를 쏘아올린 연구진이 이번엔 세계 '최고급' 초고해상도 지구관측위성 '스페이스아이-티(SpaceEye-T)'를 우주로 보낸다. 또 초소형 영상레이다(SAR) 위성을 여러 대 발사해 실시간으로 지상의 동태를 감지하는 전략적 위성 군집도 조성한다. '별의 눈'으로 지구촌 사각지대까지 샅샅이 들여다보는 고급 정보력을 보유한다는 목표다.
스페이스아이-티는 무게 약 700㎏, 해상도 30㎝급을 자랑하는 초고해상도 상용 지구 관측 위성이다. 해상도 30㎝는 지상 위 물체를 30㎝ 단위로 식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주에서 지구 도로 위 차량 종류까지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이다. 김도형 쎄트렉아이 사업개발 실장은 "전자광학위성 중 세계 최고급 해상도"라고 설명했다.
현재 30㎝급 초고해상도 위성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프랑스, 이스라엘, 중국 등으로 전 세계 총 보유량이 10기가 안 된다. 지난해 12월 2일 한국이 처음으로 발사에 성공한 군사정찰위성도 30㎝급 해상도였다. 해상도 약 3m급으로 알려진 북한 만리경-1호 위성보다 10배 더 높은 성능이다. 쎄트렉아이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당시 제작을 맡았다.
스페이스아이-티는 올해 11월까지 조립을 마친 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성능시험을 거친다. 이후 2025년 2~3월 경 스페이스X의 발사체를 타고 우주로 간다. 쎄트렉아이는 2022년 6월 스페이스X와 계약을 마쳤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성공적으로 1기를 발사하고 나면 위성 여러 대를 한 번에 제작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김 실장은 "1기를 제작할 때 36~42개월 소요됐다"며 "개발 기술이 자리잡고 난 뒤엔 제작 기간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성 1기의 기대수명은 7년 정도지만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기간은 이보다 길 것으로 예상한다.
"AI 기술, 인공위성 시장서 가장 돈 벌어들이는 분야될 것"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한화시스템 인공위성 연구 공장. 방진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인공위성 본체에 실릴 탑재체 성능을 실험 중이다. /사진=한화시스템
SAR 탑재체는 레이다 장비다. 우주에서 지상이나 해양에 레이다파를 순차적으로 쏜다. 굴곡면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차를 합성해 지상 지형도를 만들어내는 원리다. 광학 카메라와 달리 빛이 없는 야간은 물론 악천후에도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주로 감시·정찰을 위한 군용 위성으로 활용된다.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2월 4일 소형 SAR 위성을 제주 서귀포시 남해상에서 발사한 바 있다.
SAR 위성은 100㎏대 초소형으로 개발된다. 여러 대를 한번에 쏘아올려 군집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다. 이광열 한화시스템 항공·우주사업부문 전무는 "위성 간 통신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신하면 지구 반대편까지 정보가 도달하는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AR 위성 군집 조성은 현재 국내에서도 다부처 간 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한화시스템과 KAI가 참여해 사업 선정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시정찰 목적으로 발사하는 SAR 위성인만큼 고해상도 기술은 핵심 요소다. 이 전무에 따르면 현재 가장 높은 해상도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핀란드다. 핀란드 초소형 인공위성 업체 아이스아이(ICEYE)는 지구 상공에서 지상 위 물체를 20㎝까지 분별하는 기술을 보유중이다. 한화시스템이 현재 개발중인 SAR 위성의 해상도는 50㎝ 급이다.
탑재체 자체의 해상도를 높일 수도 있지만 AI(인공지능)을 활용한 '초해상화' 기술도 급부상 중이다. 데이터 처리를 통해 저해상도 탑재체로 촬영한 영상을 고해상도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이 전무는 "50㎝급 해상도로 찍은 촬영물을 30㎝ 해상도로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저해상도 탑재체와 고해상도 탑재체의 단점을 상호보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화질은 낮지만 고해상도 탑재체보다 넓은 범위를 한번에 찍을 수 있는 저해상도 탑재체의 촬영물을 AI를 통해 고해상도로 개선하면 촬영 범위와 해상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위성이 보내는 영상의 크기가 압도적으로 커 기술 적용에 어려움이 크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화시스템을 비롯해 에스아이에이(SIA), KAI 등이 초해상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전무는 "위성 서비스 중 향후 가장 돈이 될 분야는 위성 개발도, 위성관제시스템도 아닌 인공위성 데이터-AI 융합 기술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