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가 반값…동박 기업들이 '말레이 공장' 가동률 올리는 이유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4.02.1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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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넥실리스가 생산한 동박 제품 /사진제공=SK넥실리스SK넥실리스가 생산한 동박 제품 /사진제공=SK넥실리스


동박 기업들이 원가절감에 나서고 있다. '수요 축소-공급 확대'라는 이중고 속에서다. 말레이시아 생산라인 가동률 확대를 통한 '전기료 절약'이 키워드가 되는 중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C는 2023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216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비 적자전환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비 86% 감소한 120억원에 그쳤다.



두 회사는 모두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을 만드는 곳이다. 전기차 전방 수요 불안에 중국발 동박 공급 확대까지 겹치며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동박 과잉공급 규모는 지난해 3만톤, 올해 2만톤, 다음해 11만톤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양사는 모두 올해 '수익성 회복'을 목표로 내걸었다. 수주를 확대하면서도 원가절감 등의 노력을 거듭하며 실적 반전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SKC는 "올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응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면서 하반기 본격적인 실적 반등을 이뤄낼 계획"이라고 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전방위적인 혁신 활동으로 수익성과 기업가치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두 회사가 말레이시아 생산라인에 기대를 걸고 있다. SKC는 지난해 11월부터 말레이시아 1공장 가동을 개시했다. 2공장은 올해 완공할 예정이다. SKC 말레이시아 생산라인은 총 5만7000톤에 달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중 말레이시아 5·6공장 증설을 마무리한다. 이렇게 되면 생산규모는 기존 연 4만톤에서 6만톤으로 늘어난다.

말레이시아는 수력 발전 비중이 높아 국내 대비 전기료가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아세안(ASEAN) 국가에 비해서도 전기료가 싸다는 평가다. 동박은 구리를 얇게 펴는 작업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전기료가 많이 든다. 동박 제조 원가의 15% 정도가 전기료로 쓰인다. 전기료를 아끼는 게 원가절감의 지름길인 것이다. 특히 한국의 전기료가 오르고 있는 상황이기에 말레이시아 생산라인의 가치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SKC는 말레이시아 공장 상업생산을 시작한게 최근이라 가동률이 아직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를 올 하반기 80~90% 수준까지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SKC 관계자는 "가동률의 경우 하반기부터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것"이라며 "말레이시아 생산 비중을 확대해 가격 메리트를 확보하면서 고객사 점유율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역시 올해 말레이시아 공장의 가동률을 9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내 전기료 상승이 경영상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말레이시아 공장의 생산규모(6만톤)가 국내 공장(2만톤)에 비해 월등히 앞선다. 말레이시아산 동박이 전기료 이슈를 희석시킬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다. 회사 측은 "해외 공장 증설이 계속 늘수록 국내 공장의 영향력은 상대적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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