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한 관능美의 소유자 'LTNS' 이솜에게 '소며들다'

머니투데이 정명화(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2.0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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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 소재의 드라마서 몸을 사리지 않은 열연

사진=티빙사진=티빙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결혼 5년차인 부부 '사무엘'(안재홍 분)과 '우진'(이솜 분). 서로를 강렬히 원했던 연애 시절과 달리 서로에게 무생물인양, 경제적 파트너이자, 동료같은 사이로 덤덤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남편 사무엘은 좋은 학벌과 착한 심성을 가졌지만, 직장생활과 스타트업 창업이 연달아 실패하며 택시기사가 됐다. 호텔 데스크 직원인 우진은 주눅든 남편을 대신해 아파트 대출에 허덕이며 억척스러운 가장 노릇을 하고 있다. 점점 여성스러워지는 남편과 더욱 억세지는 아내. 서로 너무나 다른 부부에게 뜻밖의 사건이 벌어지고, 두 사람은 돈과 관계회복을 위해 의기투합한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는 오랜만이라는 'Long Time No See'의 줄임말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Long Time No Sex'라는 뜻으로 살짝 변형됐다.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의 무게에 눌려 섹스리스가 된 부부를 주인공으로 해 과감하고 파격적인 29금 코미디를 선보인다.



사진=티빙사진=티빙
이번 작품에서 우진 역을 맡은 이솜은 맞춤옷을 입은 듯 프레임 안에서 생기 넘치게 펄떡인다. '맑은 눈의 광인'이자 살짝 핀이 돌아가 있는 여자 우진을 생생하게 현실안에 살아 숨쉬는 인물로 만들어낸다. 전작들에 이어 세번째로 호흡을 맞춘 안재홍과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까지 이미 합을 맞춰본 이들과 함께 발산하는 케미는 놀라울 정도다. 입에 착 달라붙는 욕에 과감한 실행력까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우진이라는 캐릭터를 마치 이솜 자신인양 매력적으로 그려낸다.



극중 우진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혈질에 즉흥적인, 게다가 저돌적이기까지 한 여자다. 그럼에도 항상 나긋한 말투와 미소로 손님을 응대해야 하는 호텔 프론트 직원이라는 우진의 직업은 그에게 남모를 '살생부'를 만들게 했다. 바로 '진상 손님 블랙리스트'. 우연한 기회에 불륜 커플이 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우진의 살생부는 뜻밖의 사업 밑천이 된다.

사진=티빙사진=티빙
여성스럽고 여린 남편을 대신해 새로운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우진. 과감하고 빠른 실행력을 가진 우진과 꼼꼼하고 계획적인 사무엘의 궁합은 부부관계가 아닌 비즈니스 모델에서 빛을 발한다. 이들의 새로운 사업은 의외로 순탄하게 흘러가지만, 여느 범죄 스릴러 못지않은 반전과 서스펜스를 선사하며 예상할 수 없는 결말로 흘러간다.


정형성을 갖지 않은 이솜의 얼굴, 연기는 최근 한국영화 감독들이 선호하고 추구하는 지점과 맞닿아 있다. 어떤 틀 안에 가둬지지 않는 조금 서툴지만 야성적인, 날것의 매력은 독립영화에서부터 블록버스터까지 다양한 감독들과 호흡을 맞추며 점점 더 명확하고 개성있는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어린아이같이 천진하다가도 표독스럽고 서늘하게, 관능적이면서도 세련된 모습이 시시각각 빛을 달리하며 이솜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다채롭게 장식한다.

동글게 솟은 광대와 하트를 연상시키는 얼굴의 선은 여전히 소녀같아 보는이의 방어기제를 모두 허물어버린다. 그러다 카메라가 그녀의 전신을 비추는 순간, 소녀의 이미지는 달아나고 도회적이고 관능적인 여성미가 드러나며 이솜이 모델 출신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몸을 쓰는 모든 순간, 유연하고 활기 넘치는 이솜의 장점도 이번 작품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장르와 역할에 대한 두려움과 한계없이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이솜이 걸어갈 앞으로의 길에도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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