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솜, 몸을 사리지 않아 발견할 수 있던 새로운 얼굴 [인터뷰]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2.05 09:32
글자크기

'LTNS'서 불륜커플 협박하는 섹스리스 커플로 열연

/사진=티빙/사진=티빙


티빙 오리지널 'LTNS' 제작발표회 당시 이솜은 '코미디도 되는구나'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수위 높은 스킨십은 물론 말맛이 살아있는 욕설, 과격한 액션이 담긴 'LTNS'는 이솜의 바람을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이솜은 몸을 사리지 않고 작품에 임했고 그 결과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LTNS'는 삶에 치여 관계마저 소원해진 부부가 돈을 벌기 위해 불륜 커플 협박에 나서고, 그 과정에서 이미 망가졌던 그들의 관계를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드라마다. 이솜은 3성급 호텔 프런트에서 호텔직원으로 일하다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나쁘게 살기로 결심한 우진 역할을 맡았다.



최종화 공개를 앞둔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나선 이솜은 "빨리 오늘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사진=티빙/사진=티빙


이솜이 맡은 우진은 5년 차 '영끌족' 부부다. 집값은 떨어지고, 고금리로 인한 이자에 허덕이며 자연스럽게 남편 사무엘과의 관계마저 소원해진다. 이솜은 이러한 우진을 '현대인의 초상'이라고 표현하며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저희 작품이 현시대를 풍자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게 중요했어요. 현실적으로 연기하려고 했고, 감독님도 그런 디렉팅을 주셨어요. 부부 5년 차로 권태롭고 관계가 없는 그런 이미지가 중요했는데 재홍 오빠와 함께 거실에 앉아있는 장면 등에서 잘 그려진 것 같아서 만족스러워요. 저는 우진이를 '현대인의 초상'이라고 생각했어요. 옆에서 볼 수 있는 듯한 인물로 생각했어요. '원래는 순두부 같았지만, 삶에 치여서 독해졌다'는 대사가 있는데 캐릭터를 쌓기에 아주 좋았어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이솜은 부부 5년차의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했다. 집안에서의 얼굴과 사회적인 얼굴을 분리한 것도 우진이라는 캐릭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주변 친구들은 결혼을 많이 했고, 기혼자인 전고운 감독님께도 물어봤어요. 그외의 것은 상상했어요. 또 집에 있을 때 우진이의 얼굴과 비즈니스적인 얼굴을 많이 나왔어요. 그걸 과장되게 표현하면 코미디에 적합할 것 같았어요. 말투 역시 우진이는 굉장히 자극적인 단어를 쓰고 공격적이고 솔직한 성격인데 호텔에서 일할 때는 비즈니스적인 말투를 쓰려고 노력했어요."

/사진=티빙/사진=티빙
이솜과 안재홍 그리고 전고운 감독과의 인연은 'LTNS'가 공개되기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세 사람은 영화 '소공녀'를 통해 호흡을 맞췄으며 이솜과 안재홍은 안재홍이 연출한 단편 영화 '울렁울렁 대는 가슴안고'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안재홍은 이런 이솜과의 촬영에 '전우애를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솜 역시 이에 동의했다.

"재홍 오빠와 세 번째 작품인데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된 호흡을 맞춰본 것 같아요. 감독님 두 분과 재홍 오빠까지 모두 생각한 목표지점이 같았어요. 그러다 보니 그 목표지점에 도달하려는 전우애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의견도 주고받고 현장에서 아이디어도 많이 주고받았어요. 부담감도 컸어요. 너무 좋았던 기억들이 있는데 한 순간에 멀어지는 게 관계잖아요. 작품이 좋지 못해 사람을 잃게 되면 어쩔까라는 고민이 생기기도 해요. 그래서 치열하게 작품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불륜과 섹스리스 부부를 다룬 'LTNS'는 상당히 농도 짙은 스킨십도 많이 등장한다. 이솜은 "액션연기 하듯이 합에 더 신경을 많이 썼다"고 촬영을 되돌아봤다.

"아무래도 민감한 신들이고 날 것 그대로의 스킨십을 담고 싶어 핸드헬드와 동선이 많았어요. 보여줬던 스킨십을 또 보여주기도 싫어서 동선 아이디어도 많이 냈어요. 감독님들이 괜찮은 정도를 정해주셔서 편하게 재홍 오빠와 호흡을 맞출 수 있었어요. 스킨십이지만 액션연기 하듯이 합에 더 신경을 많이 썼어요."

불륜 부부를 쫓던 우진과 사무엘은 서로가 상대의 불륜을 폭로하며 격렬하게 싸우고, 이혼한다. 그러나 이후 두 사람이 재회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결말을 열어놓는다. 'LTNS'는 이 과정에서 정서적 외도와 육체적 외도, 나아가 외도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이솜은 결말에 대한 자신의 해석과 'LTNS'가 던지는 질문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우진이는 사무엘을 다시 사랑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다만 결혼은 모르겠어요. 마지막에 사무엘이 집을 찾아왔을 때 제 얼굴이 담기지는 않았지만, 울컥하더라고요. 꿈꾸는 것 같았어요. 한편으로는 우진이의 꿈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사실 불륜은 안 좋은 것이죠. 그래서 저희가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풀면서도 코미디라는 장르를 입혀서 밸런스를 잡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LTNS'의 키워드는 사랑과 욕망인데 보시는 분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아요. 촬영할 때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질문은 많이 오고가는데 아직 답을 못 내린 것 같아요."

/사진=티빙/사진=티빙
이렇게 모든 것을 내려 놓은 이솜과 안재홍을 두고 '이 작품이 은퇴작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일종의 극찬이었다. 이솜 역시 "칭찬으로 받아들인다"며 감사를 전했다.

"저도 만족해요. 그만큼 많이 내려 놓았다는 것에 대한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우진이라는 캐릭터가 자극적인 대사, 적극적인 모습, 스킨십이 많았는데 최대한 사리지 않아야 캐릭터가 살 것 같았어요. 그게 저희 드라마와 맞을 것 같아 사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완성본을 보고 몰랐던 제 얼굴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이 정도로 해도 되나 싶기도 했지만, 보는 맛이 있었어요."

이솜은 'LTNS'에 대해 "애정하는 작품 중 상위권에 들어갈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한 번의 변신을 마친 이솜은 2024년 자신을 돌아보고 더 좋은 작품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올해는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어요. 제 성격상 오래 고민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겨보고 싶어요. 휴식보다는 저에 대해 배우고 공부하면서 저라는 사람을 찾는 시간을 가질 것 같아요. 그러면서 대본도 신중하게 볼 것 같아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