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석 투니모션 대표/사진=투니모션
이 회사가 2022년에 제작한 애니메이션은 '말단 병사에서 군주까지' '너와 나의 눈높이' '달달한 그녀' '화화원행기 '니브' 등 총 5개다. 통상 TV, 극장용 애니 1편을 제작하는데 드는 기간이 2~3년 정도인데 1년에 5편이면 경이로운 퍼포먼스라 할만하다. 2023년부터는 '마왕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우렁강도' '낮에 뜨는 별' '황녀, 미친 꽃으로 피어나다' '아무튼 로판 맞습니다' 등을 추가 제작중에 있고, 그 중 '마왕의 딸로 태어났습니다'는 올해 1월 런칭했다. 비결이 뭘까. 조 대표는 "자제 개발한 디지털 컷아웃 기술을 활용해 제작 기간을 기존 대비 8분의 1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투니모션 직원이 사운드 작업을 하는 모습/사진=투니모션
조 대표는 "만화 원작을 TV나 극장판으로 옮기려면 각색을 다시 하고 그림 품질도 높이고 캐릭터도 새롭게 디자인하는 등 부가적인 과정이 별도로 들어간다"며 "웹툰 소스를 재가공해 사용하는 애니의 핵심은 웹툰의 느낌을 그대로 영상화하는 것으로 스토리 흐름, 그림체 등을 똑같이 옮기되 몰입감 있는 소리를 가해 살아 있는 그림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애니 역시 웹툰의 특징인 '스낵컬처'라는 결을 따르도록 했다는 부연이다. 웹툰 기반 애니의 시청 환경 역시 모바일이란 점을 고려할 때 따를 수 밖에 없는 룰인 셈이다.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 빠르게 찍어낸 애니는 '슬램덩크', '진격의 거인', '귀멸의 칼날'처럼 디테일한 영상미를 뿜어내지는 못한다. 화려한 영상미가 가득한 극장 애니 수준에 맞춰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과연 충족시킬 수 있을까.
투니모션의 대표작 '너와 나의 눈높이'의 경우 2022년 5월 애니메이션 전문 플랫폼 라프텔에서 2주간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작년 카카오페이지, 네이버시리즈온 등에서도 인기 상위권을 차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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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는 "라프텔은 일본 애니가 가장 많은 플랫폼으로 역대 한국 애니가 1등을 찍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웹툰이 그림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스토리의 흡입력 때문에 보는 것처럼 애니도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역점을 뒀으며, 기존 원작 웹툰 팬층의 유입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때론 애니 방영으로 원작 웹툰이 다시 읽히며 각각의 만화 플랫폼에서 '차트 역주행' 효과를 발휘한다. 조 대표는 "한 해 평균 8000편의 웹툰이 서비스되고 있지만 이중 애니로 재탄생하는 건 2.5% 뿐, 97.5%가 일회성 소모 콘텐츠로 사라진다"며 "우리 솔루션을 더욱 고도화해 더 많은 웹툰을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투니모션 대표 작품들 포스터/사진=투니모션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이사로 업계 경력 20년인 조 대표는 "일각에선 숏폼 애니를 '무빙툰'이라고 부르는데 너무 싸구려 콘텐츠라는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우려가 있다"며 '라이트 애니메이션'이란 새 장르로 불러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웹툰이 살아남으려면 드라마, 영화, 애니 등으로 IP가 재활용되는 '입체적 저작물'로 가야한다"면서 "새로운 포맷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최대한 빠르게 돕는 기술 기업이 많아지면 K콘텐츠의 경쟁력과 파급력도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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