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마법' 사라진다... 인적분할시 자사주 신주배정 금지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4.01.3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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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마법' 사라진다... 인적분할시 자사주 신주배정 금지


앞으로 기업이 인적분할시 자기주식(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을 할 수 없다. 인적분할 후 재상장을 할 때도 당국의 투자자 보호방안을 심사받게 된다.

자사주 취득·보유·처분 전 과정에 대한 공시는 강화된다. 시장의 '감시'와 '견제' 기능을 활성화해 총수 일가의 자사주 악용 사례를 막자는 취지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30일 '상장법인 자기주식 제도개선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자사주 제도가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래 목적과 달리 대주주 지배력 확대 등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인적분할 과정에서 일반 주주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사주 매입, 대주주 경영권 방어 수단 악용
당국은 앞으로 상장회사의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을 금지하기로 했다. 인적분할은 사업부문을 분리해 신설법인을 설립한 다음 신설법인 주식을 기존 주주에게 분배하는 것을 말한다.

자사주에 대해선 의결권 등 거의 모든 주주권이 제한됐지만 인적분할에 대해서는 법령·판례가 명확하지 않아 자사주 신주 배정이 이뤄져 왔다. 결국 이 과정에서 일반 주주 지분은 희석되고 대주주는 추가 비용 없이 지배력이 확대되는 일명 '자사주 마법'이 발생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실제 금감원이 인적분할 실태를 분석(2016년부터 2022년까지 총 45개사)한 결과 33건(73%)이 지주전환 인적분할에 해당했다. 특히 12개사(32%)는 분할 직전 자사주를 신규 취득해 지배력 강화를 위해 취득했을 가능성이 높다.

인적분할시 자사주 신주배정 금지, 전 과정 공시 강화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재고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1.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재고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1.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당국은 상장법인의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을 금지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미국, EU(유럽연합), 일본 등 주요국도 자사주에 대해 인적분할시 신주배정권리를 인정한 사례는 없다.

일각에선 인적분할시 자사주 신주 배정을 금지하면 지주회사 전환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김광일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지주회사 전환도 일반주주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방식을 통해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잘라 말했다. 또 지주회사 도입 이후 25년이 지난 현재 주요 회사의 지주회사 전환 등이 대부분 완료됐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인적분할된 신설회사가 재상장하는 경우 상장 심사 과정에서 일반주주 권익보호 방안을 충분히 마련했는지 등에 대해 점검하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자사주의 전 과정에 대한 공시도 강화된다. 자사주 취득 이후 소각이나 처분 등 기업의 처리계획 등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정보인데도 불구하고 공시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상장법인의 자사주 보유 비중이 발행주식 수의 10% 이상이 되는 경우 이사회가 자사주 보유 사유, 향후 추가 매입이나 처분 등 계획 등 자사주 보유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공시하도록 한다.

임의적으로 자사주를 처분할 때 시장의 감시와 견제 기능이 작동할 수 있게 자사주 처분때 처분 목적이나 처분 상대방 선정 사유, 일반 주주의 권익에 미치는 영향 등도 구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시가총액 산정 때 자사주가 포함돼 시가총액이 과대평가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앞으로는 시가총액 산정시 자사주를 제외한 정보도 제공하기로 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제외... "기업 활동 과도하게 제약"
이외에도 금융위는 자사주 취득 과정에서의 규제 차익 해소 등 제도상 미비점을 개선하기로 했다.

신탁으로 자사주를 취득하면 직접취득 방식과 같이 자사주 취득금액이 당초 계획·공시된 자사주 매입금액보다 적으면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계획된 자사주 매입기간이 끝나면 1개월이 지나기 전에 새로운 신탁계약 체결도 제한된다.

이날 자사주 개선방안에는 소각 의무화 내용은 빠졌다. 김 과장은 "자사주를 일률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건 기업의 경영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빠졌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올 상반기 중 이 같은 내용을 추진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 부위원장은 "자사주 처분 등에 대한 시장의 감시와 견제가 활성화되도록 할 것"이라며 "향후 우리 기업과 자본시장의 저평가 요인을 해소하고 투자자 권익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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