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다음 전선은 '오픈소스'? 바이든 정부 규제 검토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24.01.1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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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반도체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정부가 다음 수순으로 '오픈 소스'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된 기술까지 막겠다는 건데, 전례가 없고 가능성이나 효과도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하원 내 '미국과 중국공산당의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이하 중국특위)'는 지난달 조 바이든 행정부와 '리스크 파이브(RISC-V)' 기술을 중국이 사용할 수 없도록 통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특위의 민주당 간사인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의원은 "중국은 이미 RISC-V를 활용해 (미국의) 반도체 기술 통제 규제를 우회하려 하고 있다"며 "RISC-V 참여자들은 중국 공산당의 이해관계가 아닌 기술 발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발언했다.



RISC-V는 2010년 미국 버클리대학교 연구팀이 만든 오픈소스 명령어 집합을 의미한다. 스마트폰, 디스크 드라이브, 와이파이 라우터 및 태블릿과 같은 장치에 사용되는 프로세서를 설계하기 위한 일종의 공통 언어를 제공한다. 오픈소스로 공개된 만큼 누구든지 RISC-V 내용을 활용해 반도체 칩과 소프트웨어를 설계, 제조, 판매할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 다음 전선은 '오픈소스'? 바이든 정부 규제 검토
NYT에 따르면 현재 70여개 국가의 4000여개 기업이 RISC-V를 이용하고 있다. 중국만 놓고 보면 화웨이, 알리바바 등 알려진 글로벌 기업 외에도 100여개의 주요 기업들과 100여개 스타트업이 RISC-V를 활용하고 있다. NYT는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무역 전쟁의 다음 전선이 이곳(RISC-V)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NYT는 "최근 미국 정가에서는 미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을 따라잡기에 혈안이 된 중국 기업과 중국 정부 기관의 '핵심 도구'로 RISC-V가 사용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중국 군사력 발전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에 기술 수출 규제 논의까지 발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오픈 소스'를 규제하는 것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남는다. NYT는 "RISC-V는 무엇이든 직접 만들 수 있는 코드가 아니라, 일종의 기본 컴퓨터 명령어"라고 지적했다. RISC-V를 사용하는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인 에스페란토 테크놀로지서의 데이브 디첼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중국인들이 영어로 쓰인 핵무기에 관한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영어 알파벳을 금지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며 "오픈소스를 제한하려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RISC-V를 관리하는 비영리법인 RISC-V 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CEO) 칼리스타 레드몬드는 "개방형 표준은 100년 넘게 존재해 온 개념"이라며 "이것(RISC-V)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수년간 RISC-V가 공개됐다는 점, 이를 활용한 명령어 세트가 이미 널리 배포돼있기 때문에 중국을 막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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