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정치 환멸에 힘받는 '제3지대'...무당층 표심 빨아들일까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24.01.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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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의원 김종민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편 윤영찬 의원은 민주당에 잔류한다. 왼쪽부터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의원. /사진=뉴시스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의원 김종민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편 윤영찬 의원은 민주당에 잔류한다. 왼쪽부터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의원. /사진=뉴시스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제3지대가 진용을 완성해 가고 있다. 당초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굳건한 양당체제에서 제3지대는 힘을 받지 못하리란 분석이 많았지만, 새해 벽두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으로 극단적 혐오 정치의 민낯이 다시 한 번 확인되면서 중도 세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들이 무당층 표심을 흡수해 총선의 중요한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탈당 원칙과상식 "모든 세력과 연합"…이낙연·이준석과 연대 시사
민주당 혁신계를 자처하던 '원칙과 상식' 소속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년간 우리 국민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승자독식 기득권 정치를 지켜보고 있다"며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이번주 중 창당 로드맵을 밝히겠다며 "세상을 바꾸는 정치로 가기 위한 개혁대연합, 미래대연합을 제안한다. 자기 기득권을 내려놓을 각오가 되어있다면 모든 세력과 연대·연합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원칙과상식을 중심으로 기득권에 반대하는 제3세력을 결집한다는 게 기본적 방향"이라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일 탈당을 예고한 이 전 대표도 전날 원칙과상식 의원들의 신당 합류 가능성에 대해 "함께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측은 어떤 식으로든 연대할 가능성이 높단 분석이다. 다만 이낙연계 윤영찬 의원이 이날 갑작스럽게 원칙과상식에서 이탈, 민주당에 잔류키로 하면서 양측의 화학적 결합에 변수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 전 대표 입장에선 원칙과상식이 제3세력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여기에 동참할 경우 본인의 주도권을 일부 내려놓아야 한다.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언론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신당 창당 후 첫 과제로 공영방송 사장 임명동의제와 10년 이상 방송 경력 의무화 등을 제시했다. 2024.01.08. /사진=뉴시스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언론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신당 창당 후 첫 과제로 공영방송 사장 임명동의제와 10년 이상 방송 경력 의무화 등을 제시했다. 2024.01.08. /사진=뉴시스
이들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주도하는 개혁신당과의 연대도 가능하단 입장인데, 개혁신당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지만 성급한 연대 논의는 맞지 않단 입장을 밝혔다.



천하람 개혁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저희는 연대를 하더라도 각 신당을 추진하는 세력들이 최선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연대에 임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상호보완적이고 가치를 상승시키는 형태의 연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화 과정에서 연대 수준이나 화학적 결합에 대한 가능성을 다 열어둘 것"이라고 했다.

공천 스케줄도 연대 여부와 무관하게 추진한단 입장이다. 천 위원장은 "연대 때문에 저희 스케줄에 지장이 생기면 곤란하다. 연대 스케줄 고려하느라 창당과 공천 일정을 늦추면 오히려 저희 경쟁력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개혁신당은 당장 이달 말 공천 신청을 받기 시작한단 계획이다. 신당의 선두주자로 제3지대의 주도권을 쥔다는 전략이다.

힘 받는 제3지대…창당도 전에 '빅텐트' 논의?
이준석(오른쪽부터) 전 국민의힘 당 대표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출판기념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4.01.09. /사진=뉴시스이준석(오른쪽부터) 전 국민의힘 당 대표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출판기념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4.01.09. /사진=뉴시스
정치권에선 제3지대가 힘을 받는 배경엔 극단적 혐오로 지탱되는 양당 기득권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깔려있다고 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미 무당층 지지율은 30% 안팎으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위협하는 실체가 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답한 무당층은 32%로 국민의힘 지지율(30%)이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29%)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양극단 거대양당 정치의 첨예한 갈등 때문에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치 테러까지 벌어졌단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중도·무당층 입장에선 양극단의 정치를 완충시킬 수 있는 제3지대 필요성에 공감했을 것"이라며 "이준석과 이낙연이 손잡을 경우 명분이 별로 없었는데 양극단 정치를 완화시킨단 명분을 내걸면 조금은 먹힐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제3세대가 무당층의 표심을 흡수할지 여부는 앞으로 신당들의 행보에 달렸단 분석이다. 기존 정당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정책과 관점, 선택지를 제공하지 못하면 신당도 무당층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단 의미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유권자들이 마음을 열어놓은 상태인데 무당층을 자기 지지층화 시키는 건 이준석, 이낙연 등의 몫이고 능력"이라며 "현재 제3지대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그림이 부족하다. 아직 당도 안 만들었는데 뭘 하겠다는 것보다 빅텐트 얘기가 먼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심을 먼저 이해하고, 국민들이 손잡으란 요구가 있으면 그 때 해야지 정치공학을 얘기하는 건 구태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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