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진 달러, 힘 더 빠질까…금·비트코인 눈 돌리는 이들 [신년기획]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4.01.0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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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 기상도]③ 달러화 추가 약세 전망 많지만 세계적 경기 상황은 변수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올해 미국 달러 흐름을 둘러싼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경제 둔화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배경으로 달러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과 세계적인 불경기 속에서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선방하면서 달러를 지지할 것이란 관측이 맞선다.

2022년 시작된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20년래 최고를 찍은 달러는 지난해에도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비교적 탄력적인 흐름을 보였다. 미국 경제가 나 홀로 호조를 보이며 달러를 떠받쳤다. 미국은 지난해 3분기 연율 5.2%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2021년 4분기 이후 최고 성적을 냈다. 반면 2대 경제 대국인 중국은 부동산 위기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졌고 유럽은 침체 벼랑 끝에 섰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는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달러 가치가 내리막을 탈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연준은 12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인플레이션 둔화를 언급하면서 금리 인하로의 정책 변화(피벗)를 공식 예고했다.

시장은 이미 반응하고 있다. 글로벌 6개 통화(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덴크로나, 스위스프랑) 대비 달러 가치를 산정한 달러지수는 연준이 비둘기를 띄운 지난달 13일 하루에만 0.95% 미끄러졌다. 이후 약세를 이어가면서 달러지수는 2023년 한해 2.1% 하락을 기록했다.



2023년 달러지수 추이2023년 달러지수 추이
MUFG의 리 하드먼 선임 외환전략가는 로이터에 "2024년 달러는 하락할 것이며 하반기에 그 흐름이 강해질 것"이라면서 "다만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성장세가 허약하기 때문에 상반기에 달러 매도세를 예상하는 덴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피벗과 더불어 미국의 재정적자가 확대돼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깎여나간다면 달러 약세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은 미국의 부채 증가와 경기 침체를 이유로 달러 약세를 거듭 경고해왔다. 정부 부채의 한도를 증액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의 갈등이 부각된다면 미국 신용등급을 위협해 달러에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다.

달러 약세가 진행될 경우 금이 투자처로 떠오를 수 있다. 금은 달러가 하락하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금을 포함한 대부분의 상품은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다른 통화를 쓰는 나라에서 금을 더 싸게 살 수 있어 수요가 증가한다. JP모건은 금리 인하 전망을 이유로 새해 금값이 온스당 2300달러(현재 2050달러 수준)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은 또 기축통화로서 달러 지위 하락에 대한 실질적 우려가 헤지 수단으로서 금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고 봤다.


금과 함께 주목받는 건 '디지털 금'으로 떠오른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달 중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할 것이란 기대와 4월 반감기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 겹치면서 지난해 155% 뛰었다. 전체 발행량이 제한된 비트코인은 약 4년을 주기로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이를 반감기라고 부른다. 매트릭스포트는 오는 4월 비트코인 가격이 6만달러를 넘기고 올해 말엔 12만5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4일 오후 2시30분 기준 가격은 4만3135달러다.

다만 달러 약세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JP모건, HSBC 등은 올해 달러가 오를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미국보다 더 나쁜 상황을 맞으면서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더라도 다른 지역 역시 금리를 빠르게 내릴 것이란 전망에 근거한다.

HSBC의 폴 매클 외환 리서치 총괄은 "2004년 미국 달러가 패자가 될 것이란 컨센서스는 말이 안 된다"면서 "여러 시나리오는 달러 회복을 뒷받침하며 글로벌 경제의 연착륙만이 확실한 달러 약세 시나리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JP모건은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지정학적 긴장이 달러를 지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대선에서 보편적 10% 관세를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진다면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강해져 달러가 상승으로 기울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달러가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봤다. 블랙록의 러스 코에스터리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우리는 달러 배분에서 상당히 중립적인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면서 "달러가 어느 한 방향으로 크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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