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간 알래스카 매매 계약. 지구본 옆에 앉은 이가 윌리엄 슈어드 미국 국무장관/사진=위키피디아
1867년 오늘, 러시아는 알래스카를 단돈 720만달러(약 93억원)에 팔았다. 1헥타르(㏊)당 불과 5센트로 환산한 금액이다. 단순히 지도만 놓고 보면 러시아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땐 사정이 달랐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는 크림전쟁(1854~56)에서 졌다. 아사 위기에 빠진 농민들은 반란을 일으켰다. 차르 알렉산드르 2세는 계륵에 불과했던 얼음 땅 알래스카를 경쟁입찰 매물로 내놓았다. 매각 협상 대상은 영국과 미국이었다.
미국도 처음엔 러시아 제안을 거절했다. 남북 전쟁(1853~56)을 치른 직후여서 전쟁 복구에 투입할 돈도 빠듯했다.
다급해진 러시아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접경 지역 내 리히텐슈타인 공작에게도 제의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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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결국 알래스카를 버린 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주미 대사 에두아르트 스테클은 나름의 전략이라며 미국에 몇 푼이라도 받고 팔자고 본국에 제안했다. 차르는 제안을 덥석 물었다.
미국이 알래스카 매입에 사용한 720만달러짜리 수표/사진=위키피디
이때 미국인들은 이 거래를 맹렬히 반대했다. 미국 언론들은 협상을 진행한 국무장관의 이름을 붙여 '슈어드의 냉장고', '슈어드의 바보짓', '북극곰의 정원'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국민적 반대에도 미국 정부에게는 선견지명이 있었다. 아시아 무역을 위해 선박 연료 보급기지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금광과 유전이 발견됐다. 금과 석유, 천연가스, 여기에 삼림 자원과 수산 자원까지 풍부했다. 미국은 1959년 1월3일 알래스카를 49번째 주로 편입했다.
150여년 전 제대로 헛발질을 한 러시아는 뒤늦게 알래스카를 되찾겠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자 등장한 일종의 '구호'다. 지난해 7월 강경파 뱌체슬라프 폴로딘 러시아 하원 의장이 "미국 등 서방이 자꾸 우리 해외 자산을 압류하는데 그 전에 미국이 우리에게 돌려줄 것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여론 달래기와 해외 러시아 자산을 마구 압류하는 서방을 향한 경고 메시지 모두를 포괄한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가 지났든 거래는 거래. 당연히 미국 등 서방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