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송학경로당. 공장지대에 깊숙한 골목길에 있어 발견하기 쉽지 않다. /사진=김지은 기자
지난 26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송학경로당. 이곳 회장인 양도화씨(81)는 1년 전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손을 내저었다. 지난해 7월 대낮에 검은색 양복을 입은 덩치 큰 남성이 갑자기 경로당 문을 열고 불쑥 들어왔다. 그는 방문 판매원으로, 식탁 위에 각종 신발들을 던지며 물건 구매를 강요했다. 당시 경로당에는 70~80대 노인들 10명이 모여 있었다.
양 회장은 "갑자기 문 열고 들어오니까 너무 무서웠다"며 "그 때는 할 수 있는 게 '나가라' 말하는 것 밖에 없었다. 노인들이 귀도 어둡고 휴대폰도 익숙하지 않아서 112 신고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송학경로당. 공장지대에 깊숙한 골목길에 있어 발견하기 쉽지 않다. /사진=김지은 기자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사건 사고가 발생해도 빠른 대응이 어려운만큼 이들을 도와줄 실질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0대 김모씨는 "시골 지역은 경로당이 항상 개방돼 있다"며 "어르신들 살펴줄 치안 시스템이 경로당 내에 잘 마련돼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학경로당은 공장지대에 깊숙한 골목길 안에 있다. 휴대폰 지도상에는 검색이 안돼 정확한 주소지를 입력해야 한다.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곳이다 보니 노인들은 방문 판매원이나 포교 활동가들이 불쑥 찾아올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양 회장은 지난해 여름 경로당에서 무더위 쉼터를 운영했을 때도 두려움에 떨었다고 한다. 당시엔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운영돼 외부인들이 밤 늦게까지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양씨는 "저녁에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들이닥칠까봐 무서웠다"며 "밤 늦게까지 혼자서 문을 잠그고 경로당을 지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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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회장은 위급 상황에 도움 요청할 곳이 없는 게 아쉬웠다고 했다. 그는 "경로당 계단이 가파른데 한 번은 어르신 한 분이 넘어져 크게 다쳤다"며 "119 신고를 해야 하는데 다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까 당황해하고 우왕좌왕했다"고 말했다.
송학경로당 회장인 양도화씨가 경찰과 함께 112 비상벨 이용 방법을 전달 받고 있다. /사진제공=구로경찰서
구로경찰서는 내년에도 관내 나머지 경로당에 비상벨을 추가 설치하는 등 치안 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구로경찰서 생활안전과 생활안전계는 "현재는 공중 화장실 위주로 비상벨이 설치됐지만 이제는 범죄 취약 공간인 경로당에도 추가로 설치해 촘촘한 지역 사회 안전망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