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 스타트업 '바비'를 창업한 로라 모디와 사라 하디./사진=바비 홈페이지 갈무리
아이를 낳은 엄마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분유다. 아기의 건강, 소화력, 식성, 영양소, 가격, 구매의 편의성 등 조건을 전부 따져 최적의 분유를 골라내야 한다. 잠을 줄여가며 사흘, 나흘 검색해도 "이게 아닌데"라며 한숨짓곤 한다. 영양 구성이 좋아보이면 비싸거나 구하기 어렵고, 어렵게 구해다 먹여도 안 먹거나 토해내기 일쑤다.
분유 스타트업 '바비' 창업자 로라 모디는 이 현실에 분노했다. 2016년 첫 딸을 출산한 모디는 모유 수유를 할 수 없어 분유를 검색하다 거주지역인 샌프란시스코에서 구할 수 있는 분유가 옥수수 시럽, 팜유 등 비만 원인 성분을 함유한 제품 뿐임을 알았다. 모디는 지난 6월 CNBC 인터뷰에서 "나도 먹지 않을 성분들이 들어간 분유를 차선책으로 택해야 한다는 사실에 지치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회사 설립 이후로도 제품 출시보다 시장 조사에 주력했다. 에어비앤비 출신인 바비 공동창업자 사라 하디와 함께 매주 금요일 '수유회'(Bottle Service Sessions)를 열고 엄마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이때 만난 회원들은 입소문을 퍼뜨려주는 소중한 자산이 됐다.
임신 7개월 때 투자처 60곳 미팅…본격 영업 첫 해 찾아온 '분유대란 '육아와 창업을 병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창업 첫 해 말 모디는 둘째를 임신한지 7개월째였다. 임산부 몸으로 60곳이 넘는 투자처 앞에서 열정을 다해 프레젠테이션을 해낸 끝에 첫 투자금으로 250만 달러(32억원)를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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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5월 모디는 미국 시장 최초로 유럽 영양 기준에 맞춰 독일에서 생산한 분유 '컴패니언 포뮬라'를 출시했다. 인공 사료가 아닌 목초로 키운 젖소의 우유를 토대로 자연산 성분만 담아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곧바로 난관이 찾아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철분 함량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리콜을 명령한 것. 위기였지만 바비가 하고자 하는 것을 FDA에 직접 보여줄 수 있었고 오히려 이때부터 사업을 더 밀어붙일 수 있었다.
바비의 분유 제품 '오가닉 인팬트 포뮬라 위드 아이언' 제품 사진./ 사진=바비 판매 홈페이지 갈무리
분유대란 와중에 바비의 고객이 된 디나 디라기슈는 포브스 인터뷰에서 "바비가 나를 구원한 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디라기슈의 아기는 설소대단축증 때문에 모유 수유를 할 수 없었고, 분유는 다 토해냈다. 하지만 바비 분유는 달랐다. 울음 없는 평온한 수유 시간이 찾아온 것. 디라기슈는 "바비 덕분에 '괜히 아기를 낳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기업 피치북 평가에 따르면 올해 바비의 기업가치는 3억8800만 달러(4989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은 1억 달러(1286억원)로 집계됐다. 올해 여름에는 분유 자체 생산을 목표로 경쟁사 네이처스원 공장을 인수했다. 2021년 바비 투자금 유치를 주도한 벤처캐피탈 VMG파트너스의 칼 스텐마크는 포브스 인터뷰에서 "바비는 애보트, 레킷벤키저와 경쟁이 가능하다"며 "영업 2년 만에 1억 달러 매출을 달성한 사례는 처음 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2021년 9월 바비가 아프가니스탄 영유아 구호단체에 분유를 후원 중인 모습./ 사진=바비포체인지 홈페이지 갈무리
모디는 바비 경영과 함께 엄마들을 위한 임신, 출산, 육아 정보를 전달하는 데 힘쓰고 있다. 육아커뮤니티 '바비포체인지'를 통해 정책 개선, 자선 활동에도 노력하고 있다. 모디는 9월 타임지 인터뷰에서 "아기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분유를 먹을 수 있게 힘쓸 것"이라며 "분유 대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게 시장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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