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한파에 삼성 성과급도 얼어 붙었다…파운드리 '0%'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3.12.2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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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다나 디자인기자/사진 = 김다나 디자인기자


삼성전자가 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성과급 비율을 대폭 낮췄다. 올해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된 반도체(DS) 사업부와 생활가전(DA), 네트워크 사업부 등이 대상이다. 이들 사업부는 한 때 가장 많은 성과급을 받았으나, IT 수요가 급감하면서 지급 비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익성이 뚝 떨어진 일부 사업부는 빈 봉투를 받아들게 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올해 하반기 사업부별 목표달성장려금(TAI) 지급 비율을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TAI는 2015년부터 PI(생산성 격려금) 대신 도입된 성과급 제도 중 하나다.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지급하며, 사업부 실적을 반영해 월 기본급의 최대 100% 범위에서 결정된다. 이날 공지된 TAI는 오는 22일쯤 지급될 전망이다.



DS 사업부의 TAI 지급 비율이 가장 낮다. DS 사업부 중에서도 가장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알려진 파운드리(위탁 생산)와 시스템 LSI 사업부의 지급 비율은 0%로, TAI를 지급받지 못한다. 메모리반도체 사업부도 사내 최저 수준인 12.5%다. 반도체연구소와 SAIT(옛 종합기술원)은 25%로 책정됐다.

DS 사업부는 2015년 이후 2022년 상반기까지 매번 역대 최고 수준인 '월 기본급의 100%'를 지급받았다. 하지만 업황이 둔화되면서 지난해 하반기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스템LSI 사업부가 모두 50%로 삭감됐다. 올해 상반기에도 DS 사업부 내 전 부서가 25%로 반토막이 났다.



지속적인 하향 조정은 부진한 실적 탓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의 매출은 2020년 74조원, 2021년 95조원, 2022년 98조원으로 지속 상승해 왔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세가 꺾였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8조원이며, 3분기까지 누적 적자는 12조 6900억원이다. 4분기 다소 실적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7000억원대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DA 사업부와 네트워크 사업부의 TAI 지급 비율은 25%로 결정됐다. 각각 지난해보다 12.5%, 50% 감소했다. 역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실적이 악화된 영향이다.

실적이 향상된 사업부는 지난해보다 지급 비율이 상향됐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와 TV를 책임지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의 TAI 지급비율은 75%다. 갤럭시 S나 Z시리즈 등 삼성의 플래그십(고급형) 스마트폰과 QLED 등 TV 판매량이 불황에도 선전했기 때문이다. 의료 등 주요 기술 연구소도 75%의 TAI를 지급받는다.


핵심 계열사의 지급 비율도 결정됐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사업부는 기본급의 100%를 지급받는다. 애플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하는 등 견조한 성과를 거둔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대형사업부는 50%를 지급받는다. 고객사가 TV 주문량을 줄이면서 상반기 100%에 비해 절반이 줄어들었다.

삼성전기는 반도체 기판을 담당하는 패키지솔루션 사업부가 37.5%, MLCC(적층세라믹콘덴서)를 맡은 컴포넌트 사업부가 50%를 지급받는다. 카메라 모듈 사업을 전담하는 광학통신솔루션 사업부도 50%로 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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