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역풍에도…"해상풍력, 단기 성장통" 진단 3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23.12.08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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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이윈드 스코틀랜드(Hywind Scotland)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단지/사진제공=에퀴노르영국 하이윈드 스코틀랜드(Hywind Scotland)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단지/사진제공=에퀴노르


전세계 해상풍력 발전사업이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공급망 병목 등으로 일부 지역에서 중단을 겪고 있으나 "단기적 성장통"에 그칠 거란 진단을 글로벌 풍력협회가 내놨다.

해상풍력 역풍 이어질까?…세계 풍력협회 "단기적 성장통"
리밍 챠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 아시아 대표는 7일 한국풍력산업협회가 서울 강북구 소재 파라스파라 서울에서 연 '2023 세계 풍력의 날' 기념 풍력발전 심포지엄에서 기조 발표를 맡아 해상풍력 시장의 비용 문제를 설명하며 이 같이 말했다.



챠오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세계 풍력시장 비용 추세와 향후 전망'을 주제로 한 이날 영상 발표에서 "미국에서 프로젝트 중단 이후 (해상풍력이) 여러 비판에 직면했고 이를 어떻게 봐야 할지를 GWEC도 내부적으로 검토했다"며 "그 결과 단기적인 성장통으로 보게 됐다"고 했다.

팬데믹 및 우크라이나 전쟁 후 금리 상승과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전세계 해상풍력 시장은 올해 들어 역풍을 맞고 있다. 미국에서는 약 8개의 주요 해상풍력 프로젝트들이 재협상되고 있고, 오스테드는 급기야 지난달 미국 동부에서 추진하던 오션윈드 1,2 사업을 접었다. 이에 앞서 유럽에서도 해상풍력 프로젝트들이 중단된 사례가 발생했다. 낮은 금리를 기준으로 체결된 계약이 거시경제 상황 변화에 따른 비용 급등을 감당하지 못했고, 철강·구리 등 풍력 단지 건설에 핵심인 원자재 가격 급등 역시 사업비용 상승을 부채질하면서다.



풍력 장점?…가스 같은 가격 급변동 없다
그러나 챠오 대표는 "금리 상승, 원자재 값 급등은 다른 섹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해상풍력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특별한 장점이 있다"며 최근 상황을 '단기 성장통'으로 본 이유를 설명했다.

우선 그는 "풍력은 가격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점을 꼽았다. 챠오 대표는 "우크라이나 전쟁 후 연료가격이 변동이 상당히 많았고 그로 인해 많은 국가의 위험이 커졌지만 풍력은 연료시장에서 자유로워 이 부분에 전혀 영향을 안 받는다"며 "다른 어떤 화석연료로도 대체 불가능한 장점"이라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천연가스 가격은 10배 이상 폭등했고, 이 여파로 난방과 발전을 천연가스에 의존하던 국가들의 에너지 비용이 급등했다. 특히 러시아산 천연가스로 난방 수요를 충당하던 유럽 국가들이 직격탄을 입었다. 반면 풍력의 경우, 연료가 '바람'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연료 비용이 없을뿐더러 연료 수입 이슈가 거의 없어 지정학적 위기에서 자유롭다.


리밍 챠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 아시아 대표가 7일 한국풍력산업협회가 서울 강북구 소재 파라스파라 서울에서 연 '2023 세계 풍력의 날' 기념 풍력발전 심포지엄에서 기조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권다희 기자 리밍 챠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 아시아 대표가 7일 한국풍력산업협회가 서울 강북구 소재 파라스파라 서울에서 연 '2023 세계 풍력의 날' 기념 풍력발전 심포지엄에서 기조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권다희 기자
점점 떨어지는 풍력 발전 비용
다음으로 챠오 대표는 "해상풍력은 비용절감을 가장 많이 제공한 에너지원"이라며 지난 10여 년간 풍력이 발전원가 하락을 현실화한 대표적 에너지원임을 짚었다.

블룸버그NEF가 집계한 전세계 평균 균등화발전비용(LCOE) 기준, 2010년대 초 메가와트시(MWh) 당 300달러 수준이었던 해상풍력의 발전비용은 올해 상반기 기준 74달러로 하락, 가스발전(92달러)을 밑돌았다. 2014년경만 해도 해상풍력의 LCOE는 250달러 이상으로 가스(85달러)와 차이가 컸다. 그러나 10년 새 규모의 경제 실현과 터빈 기술발전 등으로 풍력의 발전 비용이 하락했다. 특히 2010년대 초 해상풍력을 정책적으로 도입했던 유럽 국가들에서 실제로 뚜렷한 비용 하락세가 관찰됐다. 네덜란드의 경우 이미 2018년경 정부 보조금 없는 해상풍력 입찰이 실현됐다.

챠오 대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3~4기가와트(GW)의 설치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키며) 비용 곡선을 바꿔줄 것"이라며 "(3~4GW 도입 시) 약 30~50%의 비용 절감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그는 "이는 실질적으로 일어나는 변화이고, 해상풍력이야 말로 가장 낮은 비용의 에너지 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과거 궤적 보면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10년 후 450GW 전망
마지막으로 그는 용량 측면에서 해상풍력이 계속 성장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챠오 대표는 "용량 측면에서 해상풍력은 가스와 비견할만한 성장을 했다"며 "기술의 발달 상황을 봤을 때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라 했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8.8GW 규모의 신규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만들어 졌다. 2021년 21.1GW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신규 설치다. 특히 중국이 2021년 16GW, 지난해 5GW로 성장을 주도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전세계 신규 설치용량이 매해 1GW를 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세다. 해상풍력은 2010년대 후반기 유럽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성장하며 2017~2018년 매년 4GW 이상, 2019~2020년 두 해 보두 6GW대의 신규설치를 기록했다.

GWEC은 앞으로 10년(2023~2032년)간 380GW의 해상풍력이 추가되며, 2032년까지 총 447GW로 커질 것으로 본다. 신규 해상풍력 설치용량이 2022년 8.81GW에서 2027년 33.6GW까지 연간누적성장률(CAGR) 기준으로 31% 성장하고, 2027년부터 2032년까지도 12%의 성장할 거란 전망이다.

챠오 대표는 "'현재의 역풍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라는 핵심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보면 긍정적인 면에 집중해야 한다"며 "해상풍력은 신뢰성, 비용예측 가능성, 비용효율성 측면에서 장기적인 장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공급망 병목 등 최근의 해상풍력 시장을 아우르면서는 "단기적으로는 인허가를 간소화, 최적화해 2028~2030년까지 각 국가들이 세운 목표가 달성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규제, 시장과 장기 공급계약이 균형을 이뤄 프로젝트들이 경제성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하고 역적·국제적 공급망을 강화해야 한다"며 "그리드(전력망) 병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비용 부분에 있어서는 단기적으로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장점에 집중하면 성장통에도 불구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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