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기침 아이들 쏟아져 들어와…"폐렴 난리" 中 병원은 지금[르포]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3.12.06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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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종합병원 소아과 병동 비상진료 상태,
병원 "밀려오는 환아들 대부분 폐렴 초기증상"…
현지 초등학교도 호흡기질환 결석 크게 늘어…
정부는 "치료법 있다"며 불안 여론 차단 주력

5일 찾은 베이징 시내 한 종합병원 소아과병동에 중국인 어린이가 할아버지로 보이는 보호자 무릎에 누워있다. 보호자는 접수번호가 공지되는 디스플레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사진=우경희 특파원5일 찾은 베이징 시내 한 종합병원 소아과병동에 중국인 어린이가 할아버지로 보이는 보호자 무릎에 누워있다. 보호자는 접수번호가 공지되는 디스플레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사진=우경희 특파원


5일 찾은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 시내 한 종합병원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를 방불케 하듯 입구부터 출입 인원을 통제했다. 같은 날 중국 일부 지역에서 QR코드를 활용한 통제가 재개됐다는 소식이 미국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이 병원에선 QR코드 확인 등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입구와 출구를 구분해 인원을 점검하고 소지품 검사를 전원 실시했다.

병원 로비로 들어서자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약을 받는 창구에 길게 늘어선 줄이 보였고 수납 창구에도 이에 못잖게 환자와 가족들이 줄을 서 북적였다. 기자가 입장하는 과정에서 마스크 착용을 강제받지는 않았으나 병원 내 진료인력과 환자, 환자가족 모두가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기자도 서둘러 자판기에서 마스크를 사서 쓰고, 손소독제를 짜 발랐다. 둘 다 실로 오랜만이었다.



베이징 종합병원 소아과 비상사태, "밥 먹을 틈도 없다"
5일 찾은 베이징 시내 한 종합병원 입구는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새통이었다./사진=우경희 특파원 5일 찾은 베이징 시내 한 종합병원 입구는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새통이었다./사진=우경희 특파원
해당 병원 1층에 위치한 소아과 병동은 말 그대로 비상사태였다. 넓지 않은 대기실이 환아들과 환아 가족들로 가득차 로비에서 이어지는 복도까지 북적였고 사방에서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고열과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울먹이거나 투정하는 아이들 틈에서 아예 지쳐 부모 품에 축 늘어진 아이들도 보였다.

현지 시간 기준 점심때가 돼도 모든 진료실이 가동 중이었다. 다음 순번을 앉아서 기다리지 못하고 진료실 앞에 줄을 서 발을 구르는 환자 가족들이 적잖았다. 주사실에선 간호사들이 교대로 환아들에게 수액을 주사했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눕지 않고 앉아서 수액을 맞는데 환아들을 위해 설치된 주사실 겸 놀이방은 이미 가득찼다. 수액줄을 꽂은 아이들이 주사를 놓는 간호사 곁에 둘러앉아 있었다.



"베이징 거주 외국인인데 자녀에게 증세가 있다"며 현장 안내담당 간호사에게 상황 설명을 요청했다. 그는 "환자가 너무 많다. 현재 대기 환자가 50명 가까이 되는데, 이런 경우가 없었던 터라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 예상이 어렵다"고 했다. 이어 "폐렴을 포함한 호흡기 질환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으며 소아과 병동에 오는 거의 모든 어린이 환자가 폐렴 초기 증상으로 온다"고 말했다.

간호인력이 어린이의 손에 링거 주사를 놓고 있다./사진=우경희 특파원 간호인력이 어린이의 손에 링거 주사를 놓고 있다./사진=우경희 특파원
폐렴 초기증상을 앓는 아이들이 마이코플라즈마나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등으로 확진되는 비율을 묻자 이 간호사는 "우린 필요한 조치를 할 뿐 정확한 통계는 모른다"고 답했고 질문이 구체화하자 답변을 거부했다. 질답을 이어갈 상황도 아니었다. 여러 사람의 간호사가 비닐봉지에 포장된 식사를 들고 간호사실로 급히 들어갔다. 소아과 의료진은 식당에 가서 제대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 듯 했다.

이 병원을 가득 채운 환자들의 대부분은 보호자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 환자였다. 같은 병원 5층 성인 대상 호흡기내과 병동을 찾았다. 역시 환자들이 북적였으나 진료를 진행 중인 진료실 자체가 소아과에 비해 적었다. 병원 측에 공식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취재에 동행한 통역원은 "호흡기질환 관련 의사와 간호사들도 소아과로 이동해 진료를 진행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


"초등학교 학급 절반이 호흡기질환 결석" "왜 휴교 않나"
주사실에서 링거 주사를 맞는 아이들./사진=우경희 특파원 주사실에서 링거 주사를 맞는 아이들./사진=우경희 특파원
호흡기질환 확산으로 학교 현장에도 이상이 감지된다. 베이징 소재 한국인 대상 국제학교엔 최근 저학년을 중심으로 결석 인원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해당 학교 한 학부모는 기자에게 "20여명으로 구성된 2학년 학급에서 하루 3~4명 꼴로 독감이나 폐렴 등 호흡기질환으로 인해 결석하고 있다"며 "1학년 학급은 더 결석 인원이 많다고 들었다"고 했다.

중국 현지인 대상 학교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한 중국 네티즌은 온라인 플랫폼 바이두 호흡기질환 관련 콘텐츠에 댓글로 "초등학교 한 학급의 절반 이상이 호흡기질환으로 학교에 나오지 않는 상황인데 왜 수업을 중단하지 않느냐"고 지적했고, 다른 네티즌은 "내년 봄까지 빨리 휴교를 결정해야 한다"며 "또 다른 감염병 파도가 밀려오는데 정부가 잘 대응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동조했다.

병원과 학교 현장을 통해 확인한 대로 중국 내 호흡기질환은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었다. 특히 인플루엔자와 마이코플라스마폐렴이 문제다. 지난 11월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최근 호흡기 질환 감염 사례를 분석할 때 1~4세 아동은 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에, 5~14세 아동들은 인플루엔자 및 마이코플라스마에 주로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먼저 문제가 된 건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A형 독감이다. 이후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확산하고 있으며 성인들의 마이코플라스마 감염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항저우(杭州) 절강대 의과대학병원은 발열관련 내원 사례가 하루 400~500건으로 평소 100여건의 4~5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저장(浙江)성 저장대 의대 역시 현지 언론을 통해 비슷한 통계를 발표했다.

코로나19 깜깜이 데자뷰, 中 정확한 통계 내놓을까
병원 로비에 약을 받기 위해 줄을 선 환자와 보호자들이 가득하다./사진=우경희 특파원 병원 로비에 약을 받기 위해 줄을 선 환자와 보호자들이 가득하다./사진=우경희 특파원
상황이 이런데 중국 내에선 '폐렴 진실게임'이 벌어지는 분위기다. 호흡기질환 확산으로 중국 지방정부들이 QR코드를 통한 사회 통제를 시작했다는 현지 보도는 외신을 통해 인용되자 곧바로 삭제됐다. 특히 이른바 '치료법 없는 변이 폐렴'으로 알려진 질환에 대한 중국 내 여론 차단 작업이 필사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런 폐렴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중국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에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을 비롯한 호흡기 질환과 관련한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등 이미 코로나19 확산을 겪은 세계는 중국의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국가보건위원회는 이에 대해 11월 24일과 26일, 이달 2일 기자회견에서 모두 "현재 유행 중인 급성 호흡기 질환은 모두 알려진 병원체에 의해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상응하는 성숙한 치료법이 있다"고만 밝혔다.

거의 모든 통계와 정보가 정부의 통제를 받는 중국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2019년 초 코로나19 확산 당시에도 중국 정부는 '우한폐렴'으로 알려졌던 코로나19가 사람과 사람 사이로 전염된다는, 지금으로서는 아주 상식적인 사실도 공개하지 않았다. 고 리커창 중국 총리가 발표를 관철시키면서 해당 사실이 알려졌고 비로소 주변국들이 구체적인 방역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다.

상황은 복잡하게 돌아가지만 현지 전문가들은 여전히 인민들에게 일상적 주의를 요구하는 수준에 그친다. 푸단대 의과대학 장원훙 교수는 최근 중국 관영 CCTV에 출연, "중복감염은 민감한 검출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수도의대 류칭위안 교수는 같은 방송에서 "인플루엔자 발병 이후 열흘 쯤 지나 마이코플라즈마가 확인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초기에 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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