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골든걸스' 방송 영상 캡처
그런 박진영이 또 일을 내버렸다.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 이 누나들을 걸그룹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른바 ‘골든걸스’. 이 화려한 조합은 뭔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레전드 디바들이지 않나. 그런데 뜬금없이 걸그룹이라니. 파워풀한 보컬과 저마다 강력한 아우라를 지닌 그들이 과연 걸그룹이 될 수 있을까.
사진='골든걸스' 방송 영상 캡처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이은미다.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은 간간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었지만, 이은미는 좀 다른 느낌이었지 않나. 출연 배경에 숨은 사연이야 많겠지만 일단 오케이를 했으니 카메라 앞에 나섰을 터. 그런데 과제가 주어질 때마다 도망치고 싶어하는 모습이 쏠쏠한 재미를 줬다. 결국 엄살이었음을 증명하듯 가장 드라마틱한 변신을 보여주니 이은미의 반전 매력에 반할밖에. 특히 핑크색 의상을 입고 박미경과 함께 만든 ‘트윙클’ 무대는 최고였다. 그간 그 놀라운 댄스 실력을 어찌 숨겨왔는지. 그룹 내에서 어쩌다 34년 차 막내가 된 이은미의 활약은 회를 거듭할수록 빛을 발하는 중이다.
박진영이 그렇듯, 나 역시 이 언니들의 무대를 볼 때마다 울컥한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감정 조절이 원활하지 않아 사소한 울림에도 눈가가 촉촉해지고 감동의 폭풍이 속절없이 휘몰아친다. 집에서, 연습실에서 쉬지 않고 앓는 소리를 해가며 연습에 몰두하는 골든걸스의 모습과 또 막상 무대에 올라가면 보란 듯이 멋지게 미션을 완수해내는 걸 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열광의 박수가 절로 나온다. 그러나 한편으론 의심하게 된다. 과연 이런 내 반응이 노력의 가상함에 점수를 주고 싶은 측은지심은 아닌지. 스포트라이트가 점점 줄어드는 왕년의 스타를 향한 연민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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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골든걸스' 방송 영상 캡처
골든걸스는 그런 박진영에게 보답하고 싶고, 또 스스로도 자신들의 건재와 저력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젊은 세대를 위해 무대를 비워주고 한켠으로 물러나는 것도 맞지만 아직은 쓸 만하다고, 해볼 만하다고, 그리고 여전히 빛날 수 있다고 믿고, 인정받고 싶었을 것이다. 기회를 달라고 떼쓰는 건 볼썽사납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봐란듯이 멋지게 해내고 싶다고.
결국 골든걸스는 한참 젊은 후배들 앞에서 ‘굿바이베이비’로 시험을 치렀다. 결과는 100점 만점에 84.4.
사진='골든걸스' 방송 영상 캡처
골든걸스의 ‘굿바이베이비’ 무대를 보며 나는 뜬금없이 전부터 좋아했던 박진영의 노래 속 가사가 떠올랐다. 구구절절한 서술 없이도 이 짧은 노랫말에는 수많은 감정이 켜켜이 쌓여 있다. 골든걸스는 너무 아름다웠다. 그동안 그 사실을 잊고 있어 슬펐다. 무대 위 그들은 눈부시게 빛났다. 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찔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골든걸스 콘서트 티켓은 박진영의 바람대로 매진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