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현이 19일 일본과 2023 APBC 결승전이 끝난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SSG 관계자가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시속 151㎞의 빠른 공을 쾅쾅 때리는 조병현(21·SSG 랜더스)을 보며 남긴 감탄사다. 다소 특색이 없었던 2년 만에 빠른 공과 포크를 장착한 국가대표(국대) 마무리로 돌아왔다.
가기 전부터 기대치는 어느 정도 있는 투수였다. SSG 관계자는 "슬라이더를 워낙 잘 던졌었고 커브와 체인지업도 곧잘 던지던 투수라 선발 자원으로 분류하던 선수였다"고 입대 전 조병현을 기억했다.
처음에는 뒷문을 맡길 투수가 없어 조병현을 경기 후반 올려보내던 박치왕 상무 감독도 조금씩 생각을 달리 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선발이 내려오면 조병현에게 멀티 이닝을 지시하던 박 감독은 올해는 9회만 맡기는 전문 마무리로 활용했다.
입대 전 2021년의 조병현. /사진=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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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현은 "포크는 고등학교 때부터 던질 줄 알고 있었는데 (김)도환이 형과 (장)규현이가 '너는 타점이 높으니까 체인지업보단 포크를 던져보면 어떠냐'고 했다. 그랬는데 시합에서도 잘 통했고 내 주 무기가 됐다"고 웃었다.
구속을 올리고 포크를 장착한 조병현은 퓨처스 무대를 평정하기 시작했다. 올해 43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4홀드 17세이브 평균자책점 2.25, 44이닝 48탈삼진을 기록하며 퓨처스리그 세이브왕에 등극했다. 그런 조병현을 본 야구계 관계자는 "(빠른 직구와 포크가 강점인) 롯데 김원중 느낌도 난다. 선발 자원이라 들었는데 상무에서 저 정도면 차기 마무리 후보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고 칭찬했다.
젊은 선발 투수와 불펜이 모두 필요한 SSG로서는 행복한 고민이다. 올해 SSG는 고효준(40), 노경은(39) 두 노장이 필승조 역할을 했고 결국 후반기 들어 체력의 한계로 어려움을 노출하기도 했다. 마무리 서진용(31)도 내년 시즌이 끝나면 FA가 돼 젊은 불펜은 꼭 필요하다.
선발 로테이션도 상황은 다르지 않아서 올해 SSG는 김광현(35) 외에는 계산이 서는 토종 선발 투수가 없었다. 조병현도 일단은 선발 투수에 조금 더 욕심을 보였다. 조병현은 "마무리를 하면서 체인지업을 던지지 않고 포크볼을 자주 던졌다. 선발로 돌아가면 체인지업도 다시 던져야 할 것 같다. 체인지업과 포크 두 개 다 던지는 것이 아무래도 타자들이 어려워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은 많은 것을 얻어 간 대회였다. 당초 상비군에 포함됐던 조병현은 11월 1일 제대 후 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에 참가했다. 이후 한국시리즈에 참가한 LG 트윈스와 KT 위즈 선수들을 대신해 최종 엔트리에 승선했고 경기 출전은 없었지만, 값진 경험을 쌓았다.
조병현. /사진=SSG 랜더스
조병현은 "올해가 야구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야구도 잘 되고 운도 좋았던 1년이었다. 상무에 가 무사히 제대한 것이 내겐 엄청 행운이었다. 많은 시합에 나가며 경기를 어떻게 운영할지 많이 배웠고 타자를 상대하면서 내 공에 대한 믿음도 생겼다. 제대 후 국가대표에도 뽑혔다"고 한 해를 돌아봤다.
이어 "이번 겨울 목표는 제구를 잡는 것이다. 직구와 변화구 모두 내가 던지고 싶은 곳에 던지고 싶다. 이번 대회(APBC 2023)를 치르면 그 점을 더 느꼈다"며 "내년에는 1군에 빨리 올라가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조)형우랑 입단 동기인데 상무에 있을 때 '빨리 와서 같이 뛰자'고 연락이 자주 왔다. 나도 형우와 1군에서 배터리를 이루며 언젠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고 싶다. 그 전에 팀에서 어떤 보직을 맡겨주시든 최선을 다해 노력하려 한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