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국가적 난제 '의생명 프로젝트' 성공하려면

머니투데이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2023.11.24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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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한국형 APRA-H 프로젝트란 보건복지분야 정부 연구사업 집행의 새로운 시도가 진행된다. 그 이름만 봐서는 무엇을 하는 사업인지 알아내기 쉽지 않고 생소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내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신규 연구사업 규모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미 국내의 많은 의생명분야 연구자들은 정부의 새로운 연구사업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ARPA-H는 당면한 국가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임무지향형 연구·개발 사업이다. 사실 이런 문제의식의 출발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고 고통을 받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수혜를 본 사람이나 기업이 있고 연구분야도 있어 코로나19 팬데믹의 명암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가장 많은 수혜를 본 기업의 하나는 모더나의 mRNA 백신이고 국내 씨젠 같은 진단키트 회사도 많은 성장을 이뤘다.



특히 모더나가 새로운 방식의 백신을 단기간에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ARPA-H 사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더 한국형 ARPA-H 사업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 계기라 할 수 있다. NIH는 인력 연구비 면에서 다른 나라들이 따라가기 힘든 규모다. 연구사업을 추진하는 절차나 과정도 우리나라와 다르게 NIH가 직접 연구비 예산을 집행한다. 연구사업의 주제는 크게 상향식과 하향식 방식으로 결정되는데 ARPA-H는 하향식 방식으로 임무지향적 사업형태를 가진다. 연구과제를 관리하고 이끌고 가는 프로젝트관리자(PM)의 권한이 강력하며 PM은 강한 리더십을 가지고 연구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일정 이상의 대규모 사업에선 예산타당성 검토도 받아야 하는데 ARPA-H 사업에서는 예산타당성 검토가 면제된다.

미국이 ARPA-H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DARPA(Defence 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란 프로그램의 성공사례 때문이다. DARPA는 범부처적 정부기구로 국가적 또는 사회적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기술개발 사업을 지원해 탁월한 성과를 냈다. 이런 특수한 목적의 연구·개발 성과는 궁극적으로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파급돼 인류의 삶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 1973년 인터넷, 1994년 GPS(내비게이션에 적용), 구글지도, 2007년 시리(Siri)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구글지도 같은 경우 전 세계를 여행하는 모든 사람이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로 갈 수 있게 하고 구글지도의 많은 지명, 식당, 호텔, 관광지 등의 댓글이나 평점은 구글지도를 단순한 지도가 아닌 온라인 정보안내센터 역할을 하게 한다.



19세기부터 현대의학은 지속적으로 발전했고 감염성질환에 대한 효과는 일반인들도 체감할 수 있었다. 이후 보건의료의 문제는 암과 같은 만성질환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감염성질환은 관심도가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2019년 코로나19가 발생해 급속히 주변에 퍼지는 양상을 경험하면서 인류는 21세기 새로운 보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됐고 국가의 경제나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인식하게 됐다. 그리고 이런 팬데믹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확보의 필요성에 공감하게 한다.

닥쳐올 사회의 변화를 예측하면서 대비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보건의료분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미래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임무중심형 사업은 한 개인의 뛰어난 능력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해결에 대한 신념과 탁월한 식견을 가진 최고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잘 선발되고 참여해 당면한 문제의 해결책이 만들어지는 성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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