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등에 업은 KB국민카드, 회원수 1위 탈환…수익성은 '글쎄'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2023.11.2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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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KB국민카드가 3개월 만에 신규 회원수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경쟁 입찰 끝에 지난달 중순 단독 출시한 '쿠팡와우카드'의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쿠팡이 내세운 계약 조건이 카드사에 불리했던 것으로 알려져 회원 유입이 수익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KB국민카드의 신용카드를 본인 명의로 신규 발급한 회원수는 11만6000명으로 나타났다. 국내 9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BC·우리·하나·NH농협) 중 1위다.



KB국민카드가 신규 회원수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한 건 3개월 만이다. KB국민카드는 지난 7월 13만8000명 규모의 신규 회원을 유치하면서 2개월 연속 회원수 1위에 올랐으나 8·9월 삼성카드에 밀려 1위 자리를 내줬다.

쿠팡와우카드가 KB국민카드의 1위 탈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와우카드는 KB국민카드가 쿠팡과 제휴해 발급한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로 지난달 16일 출시됐다. 쿠팡와우카드는 올해 나온 PLCC 중 업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상품이다. 당초 업계 1·2위인 신한·삼성카드를 비롯해 대부분의 카드사가 쿠팡과 계약을 따내기 위해 입찰 경쟁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카드사가 쿠팡 PLCC에 눈독을 들인 이유는 신규 회원 유치에 유리하다고 판단해서다. 쿠팡은 국내 e커머스 1위 사업자다. 쿠팡의 활성 고객(제품을 분기에 한 번이라도 산 고객)은 올해 3분기 기준 2042만명에 달한다. 쿠팡의 유료 멤버십인 와우 멤버십 회원수도 지난해말 1100만명을 기록했다. 국내 카드사는 충성 고객이 1000만명을 넘어서는 쿠팡과 PLCC 계약을 맺으면 신규 회원을 대규모로 유치할 수 있다고 봤다.

KB국민카드도 회원수를 끌어올릴 만한 특별한 성장 동력이 필요해지면서 쿠팡 PLCC 계약을 최종적으로 따낸 것으로 추정된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4분기 시장 경쟁력 지표인 신용판매(신판) 점유율에서 현대카드에 역전당해 업계 3위 자리를 빼앗겼다. 올해 3월 애플페이 출시로 현대카드가 신규 회원을 대거 끌어모으는 데 성공하면서 현대카드와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졌다.

당분간 쿠팡와우카드로 인한 회원 유입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성과가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쿠팡와우카드를 운영하기 위해선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돼서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 PLCC 계약은 카드사에 불리한 조건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입찰 경쟁 당시 대부분의 카드사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도에 입찰을 포기했다.


현재도 KB국민카드는 쿠팡와우카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모션의 주요 혜택은 전월 실적 조건에 관계없이 쿠팡에서 구매 시 추가로 2%를 더 적립해주는 것이다. 프로모션을 적용한 쿠팡와우카드의 적립률은 4%(월 4만원 한도)에 달한다. 프로모션은 내년 10월15일까지 1년간 진행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쿠팡 PLCC는 모든 카드사가 하고 싶어했지만 쿠팡이 내건 조건이 손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불리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KB국민카드는 회원 유치가 필요한 시점이라 성장을 위해 전략적인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KB국민카드 관계자는 "PLCC는 제휴사 채널을 통해 회원을 모집하기 때문에 모집 비용이 절감된다"며 "이렇게 절감한 비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회원에게 더 큰 혜택을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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