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위스키' 한 병도 안 팔렸다…"그래도 괜찮아" 편의점 웃는 이유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김민우 기자 2023.11.1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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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처 한계 영향... 마케팅 효과로 중저가 위스키 판매량은 대폭 늘어

GS25가 추석 명절 선물세트로 판매한 고든앤맥페일 프라이빗 컬렉션 밀튼 1949.  /사진제공=GS25GS25가 추석 명절 선물세트로 판매한 고든앤맥페일 프라이빗 컬렉션 밀튼 1949. /사진제공=GS25


올해 추석을 앞두고 편의점 GS25가 최고가 선물세트로 홍보해서 화제가 된 '1억 위스키'가 두 달간 구매자를 한 명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 업계에선 경기 불황보다는 판매처와 초고가 제품 특성에서 비롯한 문제라고 본다. 앞서 백화점, 아트 갤러리 등에서 공개 판매한 1억~2억원대 초고가 위스키들은 완판 행진을 이어간 까닭이다.

14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GS25가 지난 9월 초부터 판매를 시작한 72년산 싱글몰트 위스키 '고든앤맥페일 프라이빗 컬렉션 밀튼 1949'은 현재까지 한 병도 판매되지 않았다.



이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밀튼 증류소에서 180병 한정 생산한 상품으로 700ml 1병당 판매가는 약 1억원으로 책정됐다. 한 잔(30~40ml)당 250만원이 넘는 셈이다. 편의점에서 판매한 주류 중 역대 최고가 상품으로 주목받았다.

이 제품을 수입한 종합 주류업체 아영FBC는 현재 본사에 10여 병을 보관 중으로 알려졌다. 초고가 위스키를 편의점 매대에서 직접 파는 게 아니라 판매 채널만 위탁한 구조다. 아영FBC 관계자는 "고든앤맥페일 72년산 위스키는 워낙 고가의 제품이어서 실제 구매 신청이 접수되기 전까지 보안 관리 시설에서 별도 보관 중"이라며 "아직 GS25 측에서 알려온 구매자는 없다"고 했다.



그동안 초고가 위스키 제품은 대형 백화점이나 박람회 등에서 예술 작품처럼 전시됐고, 익명의 자산가들은 경매 시장에서 미술품을 사듯 제품을 사들였다.
1병에 2억5000만원에 판매한 고든앤맥페일 글렌리벳 제너레이션스 80년. /사진제공=아영FBC1병에 2억5000만원에 판매한 고든앤맥페일 글렌리벳 제너레이션스 80년. /사진제공=아영FBC
아영FBC가 2021년 말 국내에 2병 들여와 2022년 초 롯데백화점에서 판매한 80년 숙성 위스키 '고든앤맥페일 글렌리벳 제너레이션스 80년'는 1병당 2억5000원에 판매됐는데 6일 만에 모두 새주인을 찾았다. 올해 5월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아트부산 2023 행사에서 선보인 53년 숙성 위스키 '로얄살루트 포시스 오브 네이처 바이 케이트 맥과이어'의 가격은 1억2000만원이었는데 전시 기간 중 한 관람객이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희귀성이 높은 초고가 주류들은 구입 후 바로 음용하려는 목적보다는 미술품처럼 소장하면서 가치를 더 높이려는 목적이 강하다는 게 주류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 때문에 중저가 주류가 많은 편의점 채널은 애초 초고가 주류 판매처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1억 위스키'를 비롯한 고가 주류를 직접 판매하지 못했지만, 편의점 업계는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저가 제품은 높은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다.


GS25는 올해 1~10월 위스키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63.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은 80%, CU는 21.4% 각각 위스키 매출이 늘어났다.

편의점에선 10만원 이하 중저가 위스키 판매 비중이 90%를 웃돈다. 가장 많이 팔리는 브랜드는 잭다니엘, 짐빔, 조니워커 블랙, 골든블루 사피루스 등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콜라 또는 탄산수와 섞어 마시는 '하이볼 칵테일'로 활용되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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