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자회사 지분 매각·희망퇴직…뼈 깎는 자구책, 한전 구원할까

머니투데이 세종=최민경 기자, 세종=조규희 기자 2023.11.0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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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자회사 지분 매각·희망퇴직…뼈 깎는 자구책, 한전 구원할까


한국전력공사가 추가 자산 매각, 희망 퇴직 등을 골자로 한 추가 자구안을 만들었다. 서울 노원구 인재개발원 부지를 비롯 한전KDN 지분 20%, 필리핀 칼라타간 지분 전량을 매각한다. 지난 5월 부동산 매각·임금 반납 등 25조7000억 원 규모의 자구안을 내놓은 지 6개월 만의 추가 대책이다. 정부가 요구한 '뼈를 깎는' 답안지 제출에 맞춰 산업용 전기요금도 kWh(킬로와트시) 당 10.6원 올렸다.

하지만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요금 인상폭이 너무 낮고 자구안 역시 총 부채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요금 조정으로 생기는 수익은 올해 4000억원, 내년 2조8000억원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요금 인상폭과 관련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부채가 줄어야 하지만 한전의 내년도 이자 부담을 줄이는 정도의 요금 조정"이라며 "한전채 발행한도를 늘리기 위해 한전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될 수준의 미봉책"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에 산업용 전기요금만 10.6원 오르면서 사실상 전체 전기요금은 6원 정도 오른 형태"라며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선 kWh당 25.6원을 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구책 내용도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희망퇴직, 자회사 지분 등 추가 자구안의 핵심 내용이 모두 실질적인 재무개선 효과는 미미한 반면 오히려 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다.

한전에 따르면 자구안 중 구체적으로 비용 절감을 추산할 수 있는 항목은 인재개발원 매각과 필리핀 팔라타간 태양광 사업 지분 매각 정도다. 한전은 인재개발원 매각을 통해 1조원 규모 현금 창출을 예상하고 있다. 필리핀 팔라타간 태양광 사업은 지분 38%를 전량 매각할 경우 500억원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전은 희망퇴직 등 인건비 저감 규모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전KDN 지분 20% 매각 금액도 상장 후 시장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추산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한전의 자구안과 관련 선전효과 이상의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전이 최대 2000명의 인력을 감축한다고 가정하고 인건비를 1억원씩 잡아도 1년에 2000억원밖에 안 된다"며 "한전의 총 부채가 201조원, 누적 적자가 47조원을 넘은 상황에서 인건비 감축은 '언 발에 오줌누기'"라고 말했다.

이어 "본사 인력을 20% 감축하게 되면 전력 공급에 필수적인 인력을 제외한 사실상 미래 사업 인력들이 빠지게 된다"며 "앞으로 한전은 분산형 전원, 가상발전원 등 미래 전력 부문에서 복잡한 역할이 요구될텐데 과연 한전의 미래가 있을 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전KDN 지분 매각에 대해서도 '헐값 매각', '국부 유출' 등 우려가 나온다. 유 교수는 "한전KDN 지분 20%는 시장에서 매우 큰 물량이기 때문에 이를 일시에 내놓으면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과거에도 한전이 어려울 때마다 한전KPS의 지분을 팔았는데 제 값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내 시장이 안 좋기 때문에 20%의 지분을 내놓으면 외국 자본이 인수할 가능성이 커져 국부 유출 논란이 생길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한전이 우량자산을 일부라도 매각하는 것이 결국 한전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미래 수입원을 차단한다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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