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사기꾼 잡아 온 검사 "전청조 사기 전략 13가지, 나도 속을 정도"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3.11.0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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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청조. /사진=SBS 시사·교양 '궁금한 이야기 Y'전청조. /사진=SBS 시사·교양 '궁금한 이야기 Y'


사기 예방 솔루션이라는 책의 저자이자 33년 베테랑 검사 출신인 임채원 변호사가 전청조(27) 사기 수법에 대해 "나도 깜박 속을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임 변호사는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청조의 진기명기급 사기행위에 대해 "그동안 수사를 해보면 사기꾼들 사기 수법은 평생 한 가지 내지 두 가지인데 전청조는 13가지 수법을 뒤섞여 썼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접근하기 어려운 재벌 이야기에 고급 외제 차와 명품백을 선물하는 등 물량 공세를 펼쳤다"며 "처음에는 약간 의심하지만 어느 순간 그 사람이 하는 대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미안한 마음 때문에 상대방에게 우호적인 태도가 생긴다"고 했다.

물량 공세를 일종의 최면이라고 봤다. 그는 "자기가 재벌 3세라는 걸 과시해서 사람들에게 최면을 걸었다"며 "계속 물량 공세를 한 것도 최면에서 깨어나지 않아야 더 큰 사기를 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기꾼들이 많이 하는 '유명 인사를 안다'는 병풍 치기도 했다"며 "'남현희와 결혼할 사람'이라는 말로 자신을 신뢰하게끔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전청조가 남현희를 찾아가 '펜싱이 거의 프로급 수준인 사람(일론 머스크)하고 조만간 시합하는데 당신한테 배워서 꼭 이기고 싶다'고 말한 것을 두고는 고도의 심리전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임 변호사는 "승부사인 남현희로서는 한참 어린 사람이, 자기처럼 왜소한 사람이 '꼭 이기고 싶다'며 승리욕 강한 그런 모습을 보였을 때 도와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생겼을 것"이라며 "나한테도 '당신이 최고야' 그러면서 한참 어린 사람이 도움을 청하면 돕고 싶은 마음이 막 든다"고 했다.


따라서 전청조처럼 모든 수법을 치밀하게 동원하면 속을 수밖에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남현희 전 펜싱 국가대표 재혼 상대로 알려진 뒤 사기 의혹을 받는 전청조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남현희 전 펜싱 국가대표 재혼 상대로 알려진 뒤 사기 의혹을 받는 전청조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임 변호사는 "스스로가 똑똑하고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이 많이 당한다"며 실제 사례 하나를 소개했다.

그는 "어느 날 투자 전문가에게 증권회사 직원이 찾아와 '우리 회사에서 급히 자금이 필요한데 묻지마 투자를 해라. 60억을 투자하면 6개월 뒤에 10억 수익금을 달아 70억을 준다고 했다"며 "이에 전문가가 증권회사 직원하고 회사로 같이 갔더니 회장실 옆 부속실에서 그 직원이 커피도 따라주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가 투자 약정서를 썼다"고 했다.

하지만 "6개월 뒤 돈을 안 갚아 연락 했더니 '그 직원은 (약정서를 쓴) 한 달 뒤 퇴직했다'고 하고 대표이사한테 전화했더니 자기네들은 그런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해 그제야 투자 약정서를 보니까 제일 밑에 그 돈 받는 곳이 증권회사가 아니라 대부 회사였더라"며 "약정서 쓸 때는 그걸 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007년엔 법원장도 6000만원을 사기당한 적 있다"며 "나는 절대로 속지 않는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고 했다.

한편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의 재혼 상대였던 전청조는 사기 등 혐의로 구속돼 조사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전청조 사기 사건 피해자는 총 20명으로 피해액 규모는 2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라 향후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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