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적 대화' 기대 부푼 미국, 퉁명한 중국…정상회담 엇갈린 시선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3.11.0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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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APEC서 바이든-시진핑 회동 가능성 높아…
중국, 미국과 달리 정상회담 성사 발표에 신중한 모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대화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밝혔다. 오는 15~1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대면 정상회담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반면 중국은 여전히 시 주석의 APEC 정상회의 참석 및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1월 14일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중 첫 대면 정상회담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AFPBBNews=뉴스1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1월 14일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중 첫 대면 정상회담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카린 장 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중) 정상 간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 목표"라며 "이는 곧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장 피에르 대변인은 "치열한 경쟁은 치열한 외교를 의미한다. 그것을 여러분이 보게 될 것이다. 또 대통령이 힘든 대화를 통해 할 일이지만, 중요한 대화"라며 미·중 정상 간 대화에 대한 의미를 설명했다. 대변인은 이번 대화가 대면 회담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면서도 회담 시간 및 장소, 주요 의제 등 기타 세부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미국 고위 당국자는 AFP통신에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난다는 원칙적 합의가 있다"며 "우리는 여전히 그런 계획을 확정 짓는 데 필요한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샌프란시스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두 정상 간 두 번째 대면 회담을 할 거란 메시지를 계속해서 발신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첫 번째 대면 회담을 한 이후 지금까지 만나지 않고 있다.



앞서 로이터·AP통신은 익명을 요청한 미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왕 부장이 방미 기간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직접 만나는 것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들은 "왕 부장이 미국 관리들과 (미·중 대면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했고, 중요한 세부 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었다.

백악관도 지난주 성명에서 양국이 APEC 정상회의의 별도 행사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대면 회담을 위한 협력에 합의했다고 밝혀 미·중 정상회담 성사 기대를 키웠다. 당시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시 주석의 APEC 정상회의 참석 여부는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여러 차례 강조했듯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가까운 미래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확인해 왔다"며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0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뉴스1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0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뉴스1
중국은 시 주석의 APEC 정상회의 참석은 물론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미국과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 특히 왕 부장은 방미 마지막 날인 지난달 28일 미 싱크탱크 애스펀 연구소 주최 좌담회에 참석해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을 것이며 자율주행에 맡겨둘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측에 양국 정상회담이 이미 성사된 것처럼 발표하지 말라는 경고로 해석됐다.


현지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정상회담 공식 발표가 늦어지는 까닭에 대해 실제로 양국이 정상회담 결정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회담 의제에 대해 완전히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돌발 상황에 대한 통제나, 합의되지 않은 의제 제시 문제에 대해 양측이 서로를 전혀 신뢰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중국을 연구하는 캐나다 맥도날드 로리에 연구소의 조나단 밀러 선임 연구원은 현지 매체 글로벌 뉴스에 "중국 측은 정상회담의 의제와 결과를 미리 결정해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이어 "그들(중국)은 미국에 '갓차(gotcha)'의 순간을 용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갓차는 'I got you(잡았다)'의 준말로, 작은 실수나 해프닝을 꼬투리로 잡아 지적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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