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배터리사 관계자는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 결정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중국 정부는 12월부터 배터리 제작에 쓰이는 천연·인조흑연 반출을 제한한다. 내년부터 배터리 생산량이 본격적으로 확대된다. 미국·유럽에서 생산될 배터리 생산에 어깃장을 놓기 적기인 셈이다. K배터리를 향한 선전포고다. 미국·유럽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미국·유럽이 같은 처지는 아니다. 구분 지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유럽은 자국 시장을 무기로 중국과 힘겨루기 중이다. 마찬가지로 큰 시장을 지닌 중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들에 반격을 가한다. 미국·유럽이 중국 전기차·배터리기업의 자국 시장 진입에 제동을 걸면, 중국도 이에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통해 자국의 이익을 도모한다.
이에 맞선 반격은 없었다. 보호장치도 부족했다. K배터리가 고전하는 동안 CATL은 현대차그룹의 핵심 배터리 공급사가 됐다. 납품 물량 확대를 위해 서울에 지사를 설립하고 인력을 운용한다. BYD는 현대차 배터리 납품뿐 아니라 국내 전기차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전기트럭 ·전기버스 등을 수출한다. 일부 지자체는 단순히 값이 싸단 이유로 중국산 전기버스 도입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