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 인수해도 승자의 저주? 주가 불붙은 쏘카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23.10.2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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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카 앱으로 쏘카를 호출하는 모습. /사진 제공=쏘카쏘카 앱으로 쏘카를 호출하는 모습. /사진 제공=쏘카


쏘카가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주가가 치솟고 있다. 쏘카와 롯데렌탈 양측이 경영권 분쟁 가능성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믿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경영권 분쟁 이슈로 추격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25일 쏘카 (20,700원 ▼500 -2.36%)는 전일대비 3570원(22.55%) 급등한 1만9400원을 기록했다. 롯데렌탈 (27,200원 ▲300 +1.12%)은 약보합세를 나타내 2만6500원에 마감했다.



쏘카 급등세는 전날 박재욱 쏘카 대표가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추가로 늘리면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불거진데 따른 것이다. 박 대표는 지난 17일부터 26일까지 쏘카 주식 64만8984주를 97억원에 장내매수했다. 주당 평균 매수가는 1만4900원이고 박 대표 지분은 기존 1%에서 2.98%로 확대됐다. 쏘카 측은 박 대표의 지분 인수가 책임경영 차원이라고 밝혔다.

롯데렌탈 측도 진화에 나섰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책임경영 차원으로 지분을 취득한 것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주기를 기대한다"며 "단기적으로 과열된 장내 매수 경쟁에 동참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은 박 대표의 주식 매집을 본격 경영권 분쟁 점화로 해석한다. 적어도 롯데렌탈 측이 원하는 플랫폼 시너지 등 쏘카 노하우를 쉽게 공유할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본다.

이번 박 대표의 주식 매집으로 쏘카 최대주주인 에스오큐알아이 측 지분율은 종전 36.22%에서 38.18%로 확대됐다. 에스오큐알아이는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83.3%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박 대표와 에스오큐알아이는 공동경영계약을 맺고 있다.

롯데렌탈은 지난 8월 최대주주 측 유한회사 에스오피오오엔지의 풋옵션 105만2000주(3.21%)를 인수한데 이어 8월31일 SK로부터 쏘카 지분 17.91%를 매입하기로 했다. 올해와 내년 9월 두차례에 걸쳐 매입하기로 했는데, 지분 매입이 마무리되면 롯데렌탈 지분율은 32.91%가 된다.


이번에 박 대표가 지분을 매수하며 롯데렌탈과의 지분율 차이를 5%대로 벌렸지만, 내년이면 또 판세가 달라진다. 내년 에스오피오오엔지가 보유한 풋옵션 잔량 58만7413주(지분율 1.77%)을 추가로 넘겨받게 된다면 롯데렌탈의 쏘카 지분율은 34.68%로 증가한다. 쏘카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36.41%로 줄어 또다시 1.73% 차이로 줄어든다.

에스오피오오엔지가 보유한 쏘카 지분은 이 외에도 헤르메스투 유한회사에서 인수한 15만9898주(0.48%), 삼성증권에 대출 담보물로 제공한 170만4740주(5.13%) 등이 있다. 에스오피오오엔지가 보유 지분을 추가로 롯데 측에 넘긴다면 경영권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롯데렌탈, 쏘카 인수설 지속되는 배경은

롯데렌탈이 지난해 3월 처음 쏘카 투자에 나섰을 때부터 시장에서는 롯데의 쏘카 인수를 유력시했다. 롯데렌탈은 그린카를 보유했지만, 여전히 카셰어링 시장에서 점유율 80%인 쏘카에 비해 열세다. 롯데 측은 앞서 쏘카의 지분 인수 배경을 '모빌리티 사업 시너지'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젊은 층 고객 유입, 쏘카의 플랫폼 기술 접목 등인데 쏘카가 도와주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예 경영권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린카그린카
롯데렌탈의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매출 비중은 카셰어링 부문을 포함한 오토렌탈이 61.6%를 차지해 가장 크다. 중고차 사업은 29.3%다. 집중적으로 오토렌탈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이유다.

다만 최근 주가 급등은 롯데렌탈에 다소 불리하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 장내매수를 할 경우 취득단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쏘카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10월 들어서만 주가가 60% 넘게 올랐다.

내년 9월 SK와의 계약도 문제다. 내년 9월13일로 취득 예정인 잔여 지분 8.96%의 인수액은 기준일 이전 3개월간 주가 평균에 기반해 정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 쏘카 종가(1만9400원)는 아직 SK 측에 지급하기로 한 최소액(661억원, 주당 2만2500원)에는 못미친다.

증권업계에서는 롯데렌탈이 앞서 쏘카 최대주주 측 풋옵션 105만2000주를 주당 4만5172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주고 산 것이나, SK로부터 주당 2만2500원에 주식을 취득한 만큼 주가가 추가로 오른다 해도 개의치 않을 것으로 본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롯데렌탈이 쏘카의 협력을 구하는 대신 적대적 M&A에 나선다면 경영진 교체 절차 등 실제 시너지 발휘까지 길고 힘든 싸움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카셰어링 산업 성장성이 유효한 건 맞지만 큰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면 이야기가 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경영권 분쟁을 호재 삼아 추격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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