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다시 원점으로? 해운업계 촉각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23.10.2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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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6000TEU급 누리호1만6000TEU급 누리호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HMM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의 발언에 해운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HMM 매각을 추진하는 산은의 기류가 바뀐 것 아니냐는 추측과 함께 매각 무산 가능성이 다시 거론된다.

2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강 회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HMM의 적격 인수자가 없다고 판단돼도 이번 입찰에서 반드시 매각하겠느냐"는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답했다.



산은은 그동안 연내 HMM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강 회장은 "(HMM 매각 철회는) 원론적인 얘기고, 현재 인수 의사를 보인 기업이 적격자가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며 "현재 인수 의사를 보인 기업들은 각 부문에서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곳들"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HMM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의 발언인 만큼 해운업계는 매각 무산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번 매각 대상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주식 총수 1억9879만156주에 이들이 보유한 CB(전환사채)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영구채 2조6800억원 중 1조원을 전환한 주식 2억주(전환가액 5000원)를 합한 총 3억9879만156주다. 이 주식을 모두 인수하기 위해서는 약 5조~7조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인수 후보 3사의 총자산은 LX인터내셔널 7조7000억원, 팬오션 7조5000억원, 동원산업 7조1000억원이다. 세 곳을 합쳐도 HMM(26조원)보다 적다. 자기자본 역시 팬오션 4조5000억원, LX인터내셔널 3조원, 동원산업 2조9000억원 등으로 HMM 20조7000억원보다 한참 부족하다.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HMM은 한동안 높은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1000 이하로 떨어졌고, 이달 20일 기준 917.66을 기록하고 있다. 2022년 1월 SCFI는 5109.60였다. HMM이 높은 영업이익을 내던 때보다 운임료가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HMM을 인수하더라도 인수 기업은 상당한 기간동안 비용을 지출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HMM은 지난 2019년 SCFI가 연평균 833 수준이었던 당시 299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강 회장은 '인수 후보기업에 대한 대출지원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 '배당으로 HMM의 현금을 빼가지 못하도록 계약을 통해 합의하겠다'는 등의 조건을 언급했다. 해운업계에서는 현재 인수 후보자들이 이같은 제약을 모두 수락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운임료가 높았던 때 추가로 주문했던 선박이 내년부터 운행을 시작한다"며 "이렇게 되면 한동안 운임료는 오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선박이 운행을 시작한 뒤 몇년간을 버틸 체력이 있는 회사가 HMM을 인수해야 한다"며 "현재 후보자들에 대해 해운업계에서 우려하는 이유"라고 했다.

한편 HMM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업계에서는 대기업의 참여 여부에 관심을 두고 있다. 다만 후보로 거론되는 포스코와 현대차그룹은 입찰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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