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대금 정산기간 재논란...크로스보더는 환차손 위험까지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3.10.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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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커머스 대금 정산기간 재논란...크로스보더는 환차손 위험까지


e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납품업체 및 입점셀러에 대한 대금 정산 기간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현행법상 e커머스는 40~70일 안에 대금을 정산해줘야 하지만 중소상공인들에게는 너무 길다는 지적이다. 또 최근에는 국내 셀러들이 해외 e커머스를 통해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해외 플랫폼은 국내법으로 제재하기 어렵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산 기간이 긴 e커머스는 쿠팡과 위메프로 꼽힌다. 최근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플랫폼 입점업체 정산대금 대출 현황'에 따르면 7개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플랫폼 입점업체 정산대금 대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5년간 입점업체가 대출을 받은 총액은 1조8000억원을 웃돌았다. 중소상공인들이 현금 융통이 어렵다보니 매출채권을 담보로 이자를 지불하고 돈을 빌린 것이다. 대출 금액 기준 1위는 쿠팡, 2위는 위메프였다.



직매입 비중이 높은 쿠팡은 60일 이내에 납품업체에 대금을 지급하고 있다. 쿠팡은 직매입 대상인 납품업체의 경우 어느 정도 자금 규모가 있는 기업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입점 셀러를 위해서는 하나은행과 손잡고 연내 빠른 정산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쿠팡페이·하나은행의 셀러 월렛 통합 금융지원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하고 샌드박스를 통해 예금성 상품 판매대리·중개업 등록에 관한 특례 등을 부여했다. 쿠팡페이가 하나카드와 제휴해 입점업체의 계좌와 연계된 체크 카드 발급을 지원하고, 입점업체가 해당 체크카드를 이용해 결제할 경우 판매대금을 빠르게 정산해주는 것이다.

위메프는 정산이 크게 3가지 형태로 이뤄진다. 2주 간격으로 지급되는 주간 정산, 배송이 완료된 다음달 15일에 지급되는 월간정산, 배송 완료 후 2개월째 7일에 정산되는 익익월 정산이다. 익익월 정산은 법정 시한인 70일을 거의 채우는 셈이다. 위메프 측은 "상품의 특성과 파트너와의 협의에 따라 정산의 형태가 다르다"며 "최근 정산 정책이 변경되거나 예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네이버스마트스토어, G마켓, 롯데온 등은 고객 구매확정일 다음날 정산을 확정하도록 돼 있다. 자동구매확정일은 배송일 완료일 기준 8일째다. 배송 완료 후 열흘 이내에는 정산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중소상공인들이 해외 e커머스를 이용해 수출하는 크로스보더도 늘어나고 있어 관련 불만도 늘고 있다. 특히 해외 판매의 경우 셀러가 물건을 판매한 시점과 정산을 받는 시기가 길어질 수록 환율이 변동할 가능성이 높다. e커머스는 보통 환차손을 보전해주지 않기 때문에 셀러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주체가 해외법인인만큼 국내 법이나 기관에서 제재하기 어렵다.

싱가포르 e커머스인 큐텐은 올해 5월부터 일주일 정산에서 한달에 1번으로 정산 주기를 변경했다. 상품 배송 후 다음달 15일에 정산이 되는 것이다. 큐텐은 국내에서 티몬·인터파크쇼핑·위메프를 인수한 뒤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통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며 국내 셀러들에게 해외 판매를 독려해왔다. 각 플랫폼에 입점한 셀러들이 해외 물류를 포함하는 서비스에 가입하면 큐텐익스프레스가 배송해주는 것이다. 큐익스프레스는 11개국 19개 지역에 물류 거점을 두고 있다. 큐텐은 지난 3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의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추진하는 '소상공인 해외쇼핑몰 입점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4월에는 티몬 셀러들을 대상으로 해외 판매를 소개하는 '글로벌 이커머스 세미나'를 열어 셀러 모집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티몬·인터파크쇼핑·위메프 등은 그러나 큐익스프레스를 통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할 뿐 실제 해외에서 판매하는 주체는 큐텐 또는 이베이 등 셀러가 직접 입점 돼 있는 해외 플랫폼이기 때문에 정산 대금 주기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시장이 국내외로 급변하면서 관련 규정을 어디까지 적용해야 할 수 있을 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상품 문제나 소비자의 변심 등으로 실제 정산이 이뤄지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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