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반값 킹크랩' 가락시장 달려갔다…"6인 가족 간만에 파티"

머니투데이 양윤우 기자, 정진솔 기자 2023.10.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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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1시쯤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가락시장)의 1층 수산물 코너. 성인 남성 2명이 킹크랩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양윤우 기자 12일 오후 1시쯤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가락시장)의 1층 수산물 코너. 성인 남성 2명이 킹크랩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양윤우 기자


12일 낮 서울 송파구 가락 농수산물 종합도매시장(가락시장)의 1층 수산물 코너. 각 대형수족관 안에 싱싱하고 큼직한 킹크랩이 쌓여있었다. 킹크랩은 1㎏ 당 7만5000~6만8000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시장을 찾은 시민 대부분은 킹크랩을 찾았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이장원씨(50대·남)는 "킹크랩의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는 뉴스를 보고 강남에 사는 친구와 함께 먹으러 왔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씨는 "킹크랩이 꽃게보다 비싸지만 그만큼 살이 많다"며 "약 4㎏짜리를 23만원에 샀다"고 밝혔다. 이씨의 친구는 신이 난 듯 이씨에게 "빨리 먹으러 가자"며 식당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킹크랩 파티를 즐기러 온 6인 가족도 있었다. 송파구 방이동 주민 박모씨(40대·남)는 "오랜만에 아내와 자녀 2명, 부모님과 함께 외식을 왔다"며 "3.5㎏ 킹크랩을 28만원에 샀다"고 밝혔다.

먹거리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고급 식자재로 불리는 킹크랩의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수산시장에는 싼 가격에 킹크랩을 맛보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오후 1시쯤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가락시장)의 1층 수산물 코너. /사진=양윤우 기자 12일 오후 1시쯤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가락시장)의 1층 수산물 코너. /사진=양윤우 기자
12일 수산물 유통 플랫폼 인어교주해적단에 따르면 이날 기준 러시아산 레드 킹크랩(자연산·특대·살수율 80% 이상·3㎏ 이상)의 평균 가격은 ㎏당 6만8800원이다.



지난달 12일 같은 레드 킹크랩의 ㎏당 가격은 12만원이었다. 1개월 만에 킹크랩 가격이 약 43% 떨어진 셈이다. 지난달 18일까지 11만 5000원으로 적정선을 유지하던 레드 킹크랩의 가격은 지난달 19일 7만 7400원으로 불과 하루 만에 약 33% 폭락했다.

킹크랩 시세 하락 배경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량 증가가 꼽힌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 조치로 지난해 6월23일부터 러시아산 해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 8월부터 이에 동참했다.

러시아는 자국 냉동창고에 킹크랩을 보관했는데 냉동창고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산물 전문매체인 인트라피시(Intrafish)는 대량의 킹크랩이 러시아의 냉동창고에 비축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 등 아시아로 킹크랩 수출 비중이 많이 늘어났다. 한국은 러시아 석탄 수입을 규제하고 경제·금융 제재에도 합류했지만 식품류는 제한하고 있지 않다.

가락시장 한 수산업체의 상인 A씨(60대·여)는 "킹크랩 도매업자들이 물량을 싸게 넘겼다"며 "러시아에서 킹크랩의 재고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폭락한 킹크랩 시세 /사진=인어교주해적단 캡처 폭락한 킹크랩 시세 /사진=인어교주해적단 캡처
그러나 상인들은 지난해에 비하면 아직 킹크랩 수요가 정상화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상인 A씨는 "추석 기간 킹크랩이 많이 팔리는데 지난해에 비해 안 팔렸다"며 "특히 온누리상품권은 국산 대게를 살 때만 사용할 수 있어서 킹크랩을 사러 왔다가 대게를 먹으러 가는 손님들도 있다"고 밝혔다.

킹크랩 시세에 대해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당분간은 조정된 값으로 가다가 다시 산지가가 오르면 금방 옛날 가격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여전히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있어 가격이 10% 떨어지면 수요가 10% 오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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