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 이라면서요…급전 창구 다 막힌 서민의 절규

머니투데이 이용안 기자, 권화순 기자 2023.10.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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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서민금융 셧다운(下)

편집자주 서민들이 돈 빌리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은행 뿐 아니라 대표적인 서민금융으로 불리는 저축은행, 카드사, 대부업체까지 서민 대출을 거절하고 있다. DSR 규제와 최고금리 20% 상한제가 서민의 자금줄을 막는 부메랑이 됐다. 유일한 창구인 정책성대출마저 금융사 부담 증가로 문 닫힐 위기다. 어디서도 돈을 못 빌리는 서민들의 현실을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서민금융' 간판 내건 저축은행·대부업체, 서민 더 외면했다
'서민금융' 이라면서요…급전 창구 다 막힌 서민의 절규


'서민금융'을 표방하는 대부업, 저축은행 등이 저신용자의 대출을 밀어낸 근본적인 원인은 법정최고금리 인하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차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금리는 20%로 제한됐는데, 조달비용이 계속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을 유지하고 건전성을 관리하려는 금융사들은 저신용자 대출을 우선적으로 '셧다운'(휴업)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부업계의 신규 가계신용대출 규모는 6000억원이다. 지난해에는 4조1000억원의 가계대출을 취급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신규 가계대출 규모는 1조원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대부업체의 신용대출이 줄어든 배경에는 법정최고금리 인하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있다. 2021년 법정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낮아졌는데 대부업체는 이 금리를 넘어서는 대출을 내줄 수 없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비용이 높아지자, 저신용 대상 신용대출로는 수익이 안 날 것으로 판단한 대부업체들이 신용대출 아예 중단한 것이다. 중소형 대부업체뿐 아니라 대형 대부업체 상당수도 신규 신용대출 취급을 꺼리고 있다.

한 대부업 관계자는 "보통 대부업체는 저축은행, 캐피탈사에서 자금을 빌려오는데 조달비용 금리만 10%에 달한다"며 "리스크 관리비 등을 감안해 마진을 남기려면 법정최고금리인 20%가 넘는 금리를 책정해야 해 신용대출을 중단한 대부업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저신용 대출 중단 현상은 대부업뿐 아니라 2금융권 전반에서도 나타났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매달 3억원 이상의 신용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 가운데 신용점수 600점 이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내준 곳은 15곳이었다. 전년 동월 22곳에서 7곳이나 줄었다. 중소형 캐피탈사들도 고금리 기조 속에서 '레고랜드 사태' 이후 저신용자 대출을 중단했다. 신규 차입조차 어려워진 중소형 캐피탈사들은 영업을 대폭 축소했는데, 리스크 관리가 어려운 저신용자 대출부터 줄여나갔다.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고객은 결국 불법사금융으로 향하게 된다. 올 상반기 금융감독원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상담 및 신고된 불법사금융 피해 건수는 6784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747건 늘어났다.

"서민 위한다"는 최고금리 20%의 딜레마
(서울=뉴스1)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추석을 앞둔 20일 오전 서울 중구 중앙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 서민금융 지원 현장에서 근무하는 상담센터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2023.9.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서울=뉴스1)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추석을 앞둔 20일 오전 서울 중구 중앙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 서민금융 지원 현장에서 근무하는 상담센터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2023.9.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셧다운'(휴업)된 서민금융을 되살리기 위해선 법정 최고금리 20% 규제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금융회사가 자발적으로 서민금융을 재개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고금리 상향이 정치적 부담이 되는 만큼 정책성 서민금융상품의 공급확대를 위해 과감한 인센티브가 먼저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10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 대부업체, 여신전문회사 등을 중심으로 최고금리 20%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021년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낮출 당시의 금융회사 조달금리는 2~3%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4~5%로 2배 뛰었다. 연체율도 당시보다 5~6배로 상승해 대손충당금 부담이 급증했다. 대출을 취급할 때 드는 업무원가가 최고금리 20%를 초과해버려 저신용자 상품을 판매할 유인을 잃었다.

경기불황기에 최고금리를 상향하면 저신용자에게 돈이 흘러가기 보단 중신용자의 대출금리만 더 자극할 것이란 반론도 없지 않다. 박준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취약계층은 어차피 금리 10% 이상이면 갚아나가기 어렵다"며 "소외계층에게는 채무조정이나 성실상환에 따른 이자감면 혜택을 주고 동시에 금융이 아닌 복지 정책을 통한 지원을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건전성 관리를 해야 하는 민간 금융회사를 등떠밀게 아니라 정책성 서민금융상품 활성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금융당국은 올해 저소득·저신용자 대상 근로자햇살론의 연간 공급 목표를 전년 대비 1조원 가량 축소해 버렸다. 그 결과 상반기에 공급목표액의 80%를 초과해 버려 서민금융진흥원이 대출한도를 최고 2000만원으로 1500만원으로 낮추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 "연내 근로자햇살론과 만 34세 이하 청년 대상 햇살론 유스를 당초 계획보다 1조원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저축은행의 출연금 부담을 낮추고 충당금 적립금 부담도 줄이는 과감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내년부터 출연금과 다중채무자 충당금 부담은 대폭 늘어나 서민금융 확대에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조차 헷갈리는 정책성 서민금융 상품 재정비도 필수다. 재원도 제각각, 조건과 취급 창구도 복잡한 서민금융 상품을 단순화해야 서민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서민금융이 급격히 축소되지 않도록 현재 각 업권의 의견을 세부적으로 듣고 있는 중"이라며 "상품 칸막이를 없애는 등의 종합 방안을 마련해 연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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