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약발 다했나···은행사칭 불법스팸 신고 2배 '급증'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차현아 기자 2023.10.0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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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시중은행명 포함 휴대전화 문자스팸 신고 건수' 지난해 약 15만건→올해 32만건 '추정'

/이미지=뉴스1/이미지=뉴스1


정부가 대대적으로 은행사칭 불법스팸 대책을 발표한 지 약 2년 만에 은행사칭 문자스팸 신고 건수가 다시 늘고 있어 더욱 강도 높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명이 포함된 휴대전화 문자스팸 신고 건수'는 2021년 약 66만 건에서 지난해 약 15만 건으로 감소했다가 올해(8월 기준) 24만 건으로 증가했다. 문자스팸 신고 건수는 올 연말까지 약 32만 건으로 집계될 것으로 추정됐다. 이 경우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집계 대상이 된 '시중은행명'이란 금융감독원에 '시중은행'이라 등록된 은행명으로 KEB하나은행, SC제일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외환은행, 우리은행, 한국시티은행 등 총 7곳이다.



서민대출, 재난지원금까지 빙자해 은행사칭 문자스팸이 증가하자 급전이 필요한 소상공인, 고령층 등 취약계층에 피해 우려가 제기됐고 지난 2021년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경찰청 등 관계기관들은 합동으로 '은행사칭 불법스팸 유통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당시 합동기관은 △불법스팸전송자가 대량의 전화회선을 확보치 못하도록 유선·인터넷전화 가입 제한을 강화 △불법스팸전송자가 확보한 모든 전화번호 이용 정지 △불법스팸 추적일 단축 △금융회사 전화번호 기반으로 필터링을 적용한 은행사칭스팸 차단 △아이폰 등 외산폰을 포함한 모든 휴대전화에서 스팸을 신고할 수 있는 방안 △불법스팸전송자에 대한 처벌 강화 방안 등을 내놨다.



당시 대책 마련 직후 스팸 신고 건수가 반짝 줄었다 올 들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3 대전·세종·충북·충남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09.15.[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3 대전·세종·충북·충남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09.15.
시중은행 사칭스팸은 '항상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앞장서는 00은행이 되겠다'거나 '저금리 채무통합 대환대출(금리 1.3~3.5%, 1년 이자 전액 지원)'과 같은 소비자를 현혹하는 문구들을 담고 있다. 보증기관, 지원자금, 추가한도, 고정금리까지 안내하고 있어 일반 소비자들이 실제 은행 광고인지, 시중은행 사칭스팸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황 의원실이 KISA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기간 중 시중은행명이 포함된 휴대전화 문자스팸 신고 건 중 가장 많이 언급된 은행은 국민은행으로 총 12만992건이 언급됐다. 이어 신한은행(5만5575건), 우리은행(3만1305건), KEB하나은행(2만5040건) 순으로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황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에 제출된 KISA 자료가 시중은행 사칭 문자스팸 신고 건수일 뿐, 전체 유통 건수가 아닌 만큼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들에게 훨씬 더 많은 시중은행 사칭 문자스팸이 유통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 2021년 대책 발표시에도 대책의 미비점이 지적됐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국제 스팸이 늘어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추가 대책, 아이폰 등 외산폰에서도 신고가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되자 고낙준 전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이용자정책과장은 "각종 스팸문자에 들어가는 여러가지 키워드, 이런 것들을 계속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며 "해외에서 들어오는 스팸을 모니터링 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라고 밝혔었다.



올해 신고 건수가 늘어난 데에는 신고 편의성이 높아진 부분도 작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합동기관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올해 3~4월쯤 일부 휴대전화 단말기에 스팸 신고하기 기능을 개선·적용했다"며 "신고 건수가 늘어난 데에는 신고 편의성이 높아진 영향도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불법스팸 수신량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중"이라며 "불법 발송된 스팸 문자 관련해 식별코드를 삽입하는 작업을 모두 완료하면 더 신속하게 불법스팸이 차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운하 의원은 "은행사칭 문자스팸으로 한 번 피해가 발생하면 경찰 수사부터 피해 구제에 이르기까지 기나긴 절차와 피해자의 심리적, 물적 고통이 동반된다"며 민생을 혼탁하게 하는 은행사칭 문자스팸을 근절할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가 나서 고강도 대책을 신속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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