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돌아온 이재명에 한숨 돌린 민주당···대여투쟁 수위 높이나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오문영 기자 2023.09.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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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MT리포트] '구사일생' 이재명의 귀환③ '친명' 체제 강화한 민주 지도부, 역공 나설 듯

편집자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천신만고 끝에 구속 위기를 넘겼다. 정치적으로 부활한 이 대표가 내년 총선을 넘어 그 이후까지 야권의 중심 역할을 지킬 수 있을까. 남은 혐의들에 대한 수사와 대선 출마 자격이 걸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등이 이 대표 정치 인생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의왕=뉴스1) 김진환 기자 = 서울중앙지법이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 2023.9.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의왕=뉴스1) 김진환 기자 = 서울중앙지법이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 2023.9.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백현동·대북송금·위증교사 의혹을 받아 수사선에 오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을 면하면서 민주당은 일단 지도부 공백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돌아온 이 대표는 친명(친이재명) 체제로 새로 구축된 지도부와 함께 대정부 공세 수위를 높이는 한편 내부 갈등 봉합 방안을 두고 고심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해 27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공사의 사업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나, 한편 이에 관한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하다"며 "사실관계·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대북송금의 경우,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선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등을 받아 검찰로부터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며 지난 2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었다.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이 대표 측 증거인멸 우려를 들어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 번복을 두고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점을 주장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백현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한 푼의 이익을 취하지 않은 점, 검찰청이 1년 넘게 광범위한 수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멸할 증거 자체가 없다는 점, 법리상 죄가 되지 않는 점 등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심사는 오전 10시7분부터 7시23분까지 약 9시20분 진행돼 공방전이 치열했음을 짐작케 했다. 이넌 1997년 영장심사 제도 도입 이래 두 번째로 긴 시간이다. 역대 최장 기록은 지난해 12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영장심사를 받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사례로 당시 10시간 6분이 소요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영장실질심사 /사진=임한별(머니S)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영장실질심사 /사진=임한별(머니S)
이 대표가 구속위기를 면한 만큼 민주당은 그동안 해 온 '정치 검찰' '무리한 수사'란 주장에 힘을 얻게 됐다. 전날 홍익표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하면서 지도부의 '친명(친이재명)화'를 한층 더 강화한 민주당은 향후 대정부 투쟁 수위도 높여 나갈 것으로 보인다. 여야간 강대강 대치 국면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민주당은 당장 정권을 향해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자료를 내고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야당 탄압과 정적 제거에 혈안이 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과 정치검찰의 무도한 왜곡·조작 수사는 법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제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비열한 검찰권 행사를 멈춰야 할 시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또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야당 탄압에만 몰두하며 민생과 경제를 내팽개친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권이었음이 명명백백해졌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의 본분으로, 검찰은 검찰의 본분으로 돌아가야 한다. 언제까지 민생과 경제, 국정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고 야당 탄압과 총선 승리에만 올인할 것인가"라고 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불통의 폭정을 멈추고 국민 앞에 나와 머리 숙여 사죄하라"며 "내각 총사퇴를 통한 인적 쇄신 및 국정 기조의 대전환에 나서라"고 했다.

또 "있지도 않은 '사법 리스크'를 들먹이며,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방탄'의 딱지를 붙이기에 여념 없었던 국민의힘도 사죄해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실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파수꾼으로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6일 오후 민주당 원내사령탑에 오른 홍익표 의원도 여권을 향해 날을 세웠다.

홍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기국회에서 (여당과)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반대할 것은 반대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 대통령이 국회를 대하는 태도다. 입법 기관으로서 국회에 대한 존중과 최소한의 예의가 과연 이정부가 갖고 있느냐는 것에는 굉장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와 여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며 "그러면 협상을 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로 분출된 민주당 내 친명과 비명(비이재명)계 갈등을 돌아온 이 대표가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향후 관심사다.

이에 대해 우선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원팀이 될 수 있도록 당내 분열을 해소하는 일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어디까지가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당이 통합과 원칙있는 미래로 나아갈지, 조만간 빠른 시일 내 관련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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