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새벽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당직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영장심사를 맡은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새벽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 결정과 함께 800자에 달하는 장문의 기각 사유를 밝혔다. 통상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기각할 때 "범죄혐의 소명 (부족)", "증거인멸 및 도망 염려 (단정 어려움)" 등 10~20자 정도의 짧은 사유를 덧붙이는 데 비해 이례적 경우다. 헌정 사상 최초로 제1야당대표의 사전구속 여부를 다룬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증거인멸 염려에 대한 검찰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및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대북송금 사건에서도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과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이 이날 영장을 기각하면서도 주요 혐의인 백현동 사업에 대해 "성남개발공사의 사업참여 배제 부분에서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지적한 만큼 이 대표 측도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벗었다고 할 수 없는 처지다.
법원은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한 증거인멸 우려와 관련해서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에서 피의자의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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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당장은 구속 위기를 넘겼지만 이달 중순 시작된 위례·대장동 재판과 함께 백현동·대북송금 의혹까지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퉈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서울중앙지검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보강수사를 통해 법과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실체진실을 규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만간 이 대표를 백현동·대북송금 의혹으로 추가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공은 여전히 법원으로 넘어가 있는 상황"이라며 "결론은 법정에서 나는 수순"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정치적으로도 상처뿐인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권 한 인사는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 가결을 두고 민주당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데서도 드러나듯 당내 분열 수습 등 정치적으로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영장심사에서 유창훈 부장판사의 질문에 직접 답변하면서 검찰의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특히 최후진술 등을 통해 "(개발 과정에서) 한 푼의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며 "성남시장이 되고 대장동 개발 등의 과정에서 공적개발을 추진한 이후 세상의 공적이 된 것 같다고 말하고 도지사가 된 뒤로는 하루도 빠짐없이 수사가 이어진 데 대해 안타까움과 억울함을 토로했다"고 이 대표의 변호를 맡은 박균택 변호사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