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인베스팅닷컴에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12월 인도분 설탕 선물가격은 톤당 710달러를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설탕 가격은 올들어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700달러를 돌파했고 현재도 높게 유지 중이다.
소프트 농산물 가격이 치솟는 건 이상기후 현상과 관계가 깊다. 지난 3년간 지속됐던 라니냐가 소멸되고 엘니뇨가 찾아왔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더 높아지는 기상이변 현상이다. 미국 기후예측센터 CPC/IRI에 따르면 내년 3월까지 엘니뇨가 지속될 확률은 96%다.
높아진 유가도 소프트 농산물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대체 원료인 바이오에탄올의 수요가 늘어난다. 전세계 원당의 약 30%가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투입된다는 걸 고려하면 향후 원당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동태평양 지역의 강수량을 늘리는 엘니뇨 영향권 하에서 곡물 생산이 축소될 가능성은 제한되나 소프트 농산물 공급 불확실성은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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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환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니뇨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북반구 겨울철 기온은 상대적으로 온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난방 수요가 예상만큼 크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하고 미국, 유럽의 높은 천연가스 재고 수준을 유지시켜 천연가스 가격의 상단을 제한할 것"이라고 했다.
엘니뇨가 원자재 시장을 뒤흔들면서 차별화된 투자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원유, 곡물보단 소프트 농산물 투자가 유효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 엘니뇨가 지구 온난화와 결부돼 원자재 시장, 식량 안보의 구조적인 문제로 떠오를 수 있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한다고 덧붙였다.
황병진 부장은 "서태평양 지역에서 건조 기후를 발생시키는 엘니뇨 기후는 밀, 콩, 옥수수 등 3대 곡물보다 원당, 코코아 등 소프트 농산물 공급 불확실성과 가격 상방 변동성을 높이는 기상이변"이라며 "단기적으로 오렌지주스, 코코아보다 원당 가격 상승세에 주목하라"고 말했다.
소프트 농산물에 투자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선물가격 변동성과 청산 위험을 줄이기 위해 투자자들은 주로 가격지수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매매하는 편이다. 국내엔 TIGER 농산물선물Enhanced(H) (6,450원 ▲10 +0.16%) ETF가 설탕을 일부 담고 있다. 해외에선 설탕 가격을 추종하는 투크리운 슈가(CANE) ETF(미국), 코코아 가격을 추종하는 위스덤트리 코코아(COCO) ETF(영국) 등이 상장돼 있다.